잭슨홀의 저주, 원·달러 환율도 흔들었다…13년 4개월 만에 1350원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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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2-08-2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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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잭슨홀 회의 여파가 환율까지 뒤흔들면서 29일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50원을 돌파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공격적인 긴축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전달하면서 미국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9.1원 오른 1350.4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 마감 기준으로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11.2원 오른 1342.5원에 개장해 낮 12시 25분 1350.0원까지 올랐다. 

미국 물가지표 하락에도 불구하고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경계감을 높이며 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을 하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다. 이에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달러화는 초강세를 이어갔다.

파월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에서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서라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연준의 목표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쉬어갈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7월 미국 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둔화했다는 발표에도 파월 의장은 "단 한 번의 (물가지표) 개선만으로는 물가 상승률이 내려갔다고 확신하기에는 한참 모자란다"며 "멈추거나 쉬어갈 지점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리며 당분간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3% 오른 109.08을 기록하면서 109선으로 올라섰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는 2002년 6월 19일(109.63) 이후 약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당국은 이날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한 구두 개입성 발언을 내놨지만 환율 오름세를 저지하지 못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수출입은행에서 기재부 내 담당 부서와 국제금융센터가 참여하는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시장에서 과도한 쏠림 현상이 나타날 때를 대비해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1일 국내 수출입 동향 발표를 앞두고 경계심 속에 원화 매수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국내 무역수지가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금 유출 우려가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주요 경제지표 중 하나인 미국 고용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라면서 "연준이 매파적 스탠스를 강하게 보여주는 요인이 미국 고용에 있는데 긴축 장기화에 따른 고비용 부담에 기업들이 고용을 어디까지 늘릴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은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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