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미국은 1940년대 이후 주차장 공급을 대폭 늘렸다. 2억5000만대의 자동차를 위해 20억대의 주차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런던의 경우도 900만대 주차 공간이 약 6800만평을 확보해 도시 면적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전철망이 양호한 미국 도시의 경우, 주차장 공급을 줄이기 위해 주차대수 축소, 주차공유, 주차장 별도 임대계약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등은 이미 의무 주차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애버렸다. 세계적 도시부동산 연구단체인 ULI가 보는 주차장 전망에 대해 정리해봤다.
2030년대 중반이면 자율 주행 공유 택시가 대세가 되어 자가용의 90%가 없어진다. 주차장 수요도 90%가 감소한다. 지금도 자가용 생애의 90% 이상은 주차장에서 잠자고 있다. 앞으로는 자가용보다 자율 주행 택시, 공유 이용차, 렌트카 등의 이용이 비용적으로 저렴해진다.
주차 공간이 전 세계 도시에서 차지하는 면적 비중은 약 15% 정도다. 보통 자가용은 집, 직장, 제3의 방문 장소 등 3곳에 주차장이 필요하다. 도시는 그동안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건물 내, 주차 건물, 노상 주차 공간 등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자율 주행 택시는 생애 대부분이 운행하는 것이기에 지금과 같은 많은 주차 공간이 필요가 없다.
도심의 전철역 인근 주차장을 없애거나 줄이면, 교통체증과 대기 오염을 크게 줄이는 효과가 생긴다.
또한 주차장 건축비를 절감해 적절한 가격의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다. 건물 내 주차 공간 한 대(약 12평)당 건축비인 약 8000~9000만원이 절약되고, 지상에 소형 청년 주택 한 채를 더 지을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는 이런 식으로 청년 주택을 늘리고 있다. 미국 서민 주택공급 업체들은 연방정부의 세금혜택보다 오히려 제로 파킹 정책이 서민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수익성이 더 낫다고 한다. 주차장 감소에 찬성하는 대출기관도 늘어나고 있다. 주차장은 추가로 돈 내는 옵션이 되고 있다.
도심 진입 혼잡통행료를 비싸게 징수해 주차수요를 줄이는 도시도 있다. 뉴욕시 맨해튼에 거주하는 주민들 대부분은 자가용이 없다. 주차장도 별로 없고, 도심 진입 혼잡통행료가 1만4000원, 톨게이트 비용 6500~2만원으로 주차요금까지 더하면 하루 12~15만원은 기본이다. 그래서 대부분 뉴욕시민은 전철 버스 도보 택시 자전거 킥보드 등을 이용한다. 런던 도심도 혼잡통행료만 1만7000원이며, 영국 스톡홀름과 싱가포르도 비슷하다.
스마트 주차장이 늘고 있다. 주차장이 자율 주행, 차량공유, 차량 호출 등 미래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의 거점이자, 주차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모빌리티 허브가 되고 있다.
IT 기술은 차량과 주차장을 연계해 실시간 주차 효율, 결제, 대기 등 사용자 편의를 높인다. 시온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 주차시장은 작년 55억 달러에서 2028년까지 163억 달러가 된다.
대기업인 콘티넨털·보쉬·지멘스·시스코·BMW 등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파킹클라우드, 휴맵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 쏘카 등이 활동하면서, 관련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도시에서 자동차 소유, 사용, 주차장 필요성은 분리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 주행 택시, 탑승 공유, 탑승 호출, 소형 스마트 이동 수단이 보편화되면서 주차장보다 보행로, 자전거 길, 도시공원, 전철역, 버스정류장, 하역 공간, 탑승 공유 정류장 등이 더 중시된다.
도시부동산에서 큰 면적을 차지하는 주차장은 2030년 중반 이후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현지에 필요한 용도로 전환된다. 신기능으로는 태양 패널, 전기차 충전, 빗물 활용, 자전거 랙, 대중교통 옵션을 반영하면 좋다.
남게 될 주차 공간의 90%는 현지 사정에 맞게 사무실, 도서관, 컨벤션, 식당가, 여가 공간, 실내공원 등을 고민해야 한다.
도시의 신산업이 될 스마트팜 공간으로 전환하면 도시의 식량 수요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지금 어쩔 수 없이 법정 주차대수를 준수해 설계하고 있는 주차장도 미래 변화를 감안한 지혜를 반영해야 한다.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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