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낙태 논란이 보여주는 정치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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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2-08-3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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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법공백 허용하지 않는 미국, 입법공백 보여주는 한국

미국 낙태권 합법화 시위 [사진=AP·연합뉴스]

외국 정치를 보며 부럽기는 오랜만이다. 11월 진행될 중간 선거 열기가 한창인 미국을 보며 든 느낌이다.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한국 정치와 다르지 않지만 민생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중간 선거에 낙태도 의제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낙태는 24주 전까지 로대웨이드 판결에 근거해 허용됐다. 1971년 텍사스주에서 '제인 로'라는 가명의 여인이 성폭행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뒤 낙태 수술을 거부당하자 텍사스주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연방대법원은 낙태에 대한 권리를 1973년 표결에서 7대2로 낙태에 대한 권리가 수정헌법 제14조에 명시된 사생활 보호 권리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그 뒤로 미국 내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법은 사문화되거나 폐기됐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연방대법원이 로대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면서다. 연방대법원은 "헌법에는 낙태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그런 권리는 헌법상 어떤 조항에 의해서도 암묵적으로도 보호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낙태 관련 법은 각 주로 위임됐다. 텍사스 등 보수주의 색채를 띠는 주는 성폭행, 근친상간을 포함해 어떠한 경우에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효했다. 반면 캘리포니아 등 진보정당이 다수를 차지한 주는 주 헌법을 개정해 낙태권 보장을 추진하고 나섰다. 

지구 반대편 나라의 상황에 이렇게 눈길이 가는 것은 한국의 정치와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연방대법원 판결 폐지 후 부랴부랴 입법에 나서거나 공론화가 진행됐지만 한국은 수년째 입법공백 상태다. 2019년 4월 한국 헌법재판소도 낙태 전면 금지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동시에 국회에 2020년까지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적 부담감 때문인지 어떤 정당도 의원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몇 가지 법안만 국회에 계류돼 있을 뿐이다. 이 정도면 의도적으로 '입법공백'을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정치의 역할은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낙태와 같이 찬반양론이 첨예한 사안의 경우는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안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고, 이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 정치다. 하지만 한국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낙태에 대해 언급하기조차 꺼리고 있다. 수년째 낙태 관련 조항을 공백으로 둔 한국 정치를 보면 씁쓸함만 생긴다. 동시에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론화를 하는 미국 정치가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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