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2023년도 모태펀드 예산을 감축한다. 모태펀드는 민간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 펀드로, 국내 스타트업 투자 수요를 끌어낸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벤처업계에 감액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중기부는 벤처 투자 위축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스케일업(성장) 단계 투자 지원책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에서 모태펀드 예산은 올해 대비 줄었다”며 “올해 예산(52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웃도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와 펀드결성이 모두 역대 최초로 4조원을 넘어섰기에 하루 아침에 황폐화되진 않을 것”이라며 “벤처펀드 투자를 받는 건 전체 기업의 13%에 불과하며, 나머지 87%는 금융권이나 중기부 정책자금으로 자금을 유치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 장관은 “경기 경색이 심화될 경우 공적자금으로 투자를 견인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벤처업계와) 뜻을 같이 한다”며 “글로벌 펀드나 민간 펀드를 통해 일정 부분 해결하는 등 스케일업 단계에서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창업벤처 분야 하반기 정책 추진계획으로 △창업 생태계 글로벌 진출‧유입 활성화 △시장주도 벤처투자 생태계 구축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 도입 △글로벌 혁신특구 조성 등을 꼽았다. 특히 해외 벤처캐피털(VC)와 연계한 글로벌 펀드를 확대 조성함으로써 해외VC의 국내 벤처 투자를 늘리고 국내 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계획은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들이 내수 시장에만 머물며 골목상권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이에 중기부는 벤처기업이 내수에만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의 상생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국내 유니콘 기업은 양극화의 주범이 되며 특히 플랫폼 기업들이 소상공인과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며 “다음 달 중 플랫폼 기업과 소상공인이 상생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기획하는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시범사업을 진행, 기업과 소상공인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분야에서는 납품대금(단가)연동제 정착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중기부는 오는 9월 2일까지 사업에 참여할 대기업을 모집하고 같은 달 중순부터 시범운영을 개시한다. 지난 29일 기준 신청기업은 5곳에 불과하지만 현재 논의를 진행 중인 기업을 포함하면 마감기한까지 총 30개 대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장관은 “9월 2일까지 30개 업체가 접수할 것으로 예상한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신청이 마감되면 구체적인 시범사업안을 구상해 9월 중순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중기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각각 참여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안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지난 100일간의 성과로 △현장소통 △위기극복 △정책전환 △규제혁파 등을 꼽았다. 특히 취임 2주 만에 손실보전금(22조5000억원) 지급에 나섰으며 이어 손실보상금, 대환대출 등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1호인 소상공인 온전한 회복 지원을 위해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이 장관은 하반기 정책 비전으로 ‘중소벤처 주도의 따뜻한 디지털 경제 실현’을 내세웠다. 대한민국이 디지털 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이끄는 한편 이 과정에서 양극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따뜻한 정책을 펴겠다는 의미다.
이 장관은 “2030년~2035년이면 4차 산업혁명의 종주국이 가려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한민국이 디지털 경제에서 선두에 선 만큼 좌표를 찍고 실행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며 “중기부가 앞장서겠다. 부처와 지방청, 산하기관이 원팀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조직 혁신에도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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