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별세에 서방선 '영웅' 애도, 러시아는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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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8-3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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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2월 9일 고르바초프 전 소비에트연방(소련)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건배를 한 뒤 미소를 띠고 있다. 소련의 마지막 지도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지난 30일(현지시간) 향년 91세로 사망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철의 장막을 걷어 낸 마지막 소비에트연방(소련) 지도자가 세상을 떠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동서 분열이 되살아난 지금, 냉전을 끝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눈을 감았다. 향년 91세다. 
 
30일(현지시간) 타스 등 러시아 국영 언론은 중앙 임상병원을 인용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숙환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개혁을 통해 소련의 붕괴를 이끈 인물로 평가를 받는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소련의 권위주의를 멈추고 분열됐던 유럽이 평화롭게 재결합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등 서방에서 그는 자유주의의 글로벌 영웅으로 칭송받았지만 1991년 소련의 종말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자국 내에서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소련 붕괴를 “20세기의 가장 큰 재앙”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했다는 짧은 성명만 발표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역사적 역할과 그의 유산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 언론들도 조용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국 등 서방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그(고르바초프 전 대통령)는 국민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었다”며 “그의 삶은 중대했는데, 그와 그의 용기가 없었다면 냉전을 평화롭게 종식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던 시기에 소련을 개방하려는 그의 헌신은 우리 모두에게 모범으로 남아 있다"고 적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54세 때인 1985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선출된 뒤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는 1985년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만나 양국 간 적대 관계를 청산하는 초석을 놨다. 이후 1998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이던 소련군을 철수했고, 1989년 몰타 미·소 정상회담에서 냉전 종식을 선언했다. 1990년 여름에는 동·서독 통일을 수락했다. 냉전을 끝내는 데 기여해 1990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1991년 8월 보수파의 쿠데타가 발생한 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공산당 활동을 정지시키고 내각을 갈아엎었다.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 발트 3국에 대해 독립을 승인하는 조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후 그해 12월 소련 소속 11개 공화국이 독립국가연합(CIS) 결성을 선언하며 소련에 종식을 고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 언론인인 알렉세이 베네딕토프는 지난 7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권위주의 전환에 대해 화를 냈다고 포브스 러시아판에 밝혔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러시아 정책을 담당했던 다니엘 프리드는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불가능한 일, 즉 소련을 개혁하려고 했다”며 “비록 실패했지만 조국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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