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가 낮은 장래성으로 무너지자 기관·기업에서는 이를 기회로 정부 부처 전·현직 공무원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퇴직 공무원 4~5명 중 한 명은 로펌에 재취업했고 카카오와 부영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31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올 1~7월 취업심사를 신청한 퇴직공무원은 총 478명으로 집계됐다. 한 달에 68명꼴이다.
이 중 66명은 로펌에 지원했다. 법무법인 YK가 20명으로 가장 많았고 김앤장법률사무소 15명, 법무법인 광장과 법무법인 세종이 각 8명이었다.
특히 이들 중 36명은 경찰청·경찰공제회 등 경찰 출신이었다. 경찰 수사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형사소송에서 관건으로 부상하면서 대형 로펌 간 '경찰 전관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찰 출신은 로펌에 취업한 뒤 주로 소속 위원이나 자문위원·고문·실장 등 조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실력자도 3명이었다.
금융감독원 출신도 10명에 달했다. 금융당국과 금융사 간 소송전이 이어지며 로펌에 자문을 구하는 금융사들이 많아지자 금융 분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금감원 출신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국방부·방위사업청 등에서는 국방기술품질원(10명)과 국방과학연구소(9명), 한국항공우주산업(8명) 등 국방 관련 전문기관으로 재취업한 사례가 많았다. 국방 기초 연구개발(R&D)을 총괄하거나 전력지원체계를 담당하는 기관인 만큼 국방 정책과 방위사업 전문성이 인정된 것으로 해석된다.
사기업 중에서는 공무원들이 카카오(7명)와 부영주택(6명)으로 향했다.
카카오가 그간 스타트업이나 동종 IT 출신을 주로 영입했다면 2020년 말부터는 공무원 출신 기용을 늘리고 있다. 경쟁사인 네이버가 공직자 출신 1명을 영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가 보다 적극적으로 퇴직 공직자 영입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검찰청을 비롯해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국무총리 비서실 등 출신도 다양하다. 회사가 급격하게 성장함에 따라 정부 규제 등 각종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부영은 6명 중 4명이 경찰청 출신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현직 시절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하기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퇴직 경찰이 건설사 간부로 대규모 재취업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임대주택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부영그룹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찰 수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반면 내로라하는 대기업으로 향하는 공직자 수는 의외로 적었다. 삼성전자가 4명, 대한항공이 3명, LG디스플레이는 2명에 불과하다.
20여 년 전부터 경제부처 공무원을 집중 영입한 데다 대관 창구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처 관계자는 "최근 대부분 부처에 인사 적체가 심화하면서 보직을 맡지 못한 공직자들은 이직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국장급으로 승진하면 업무 연관성이 매우 폭넓게 적용되기 때문에 과장 이하 공무원들 움직임이 특히 바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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