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반도체 수급난 완화되니…러시아 '에너지 대란' 완성차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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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기자
입력 2022-09-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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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완성차 업계가 연이은 악재에 휘청이고 있다. 몇 년 동안 시장을 괴롭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자 이번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러시아발(發) 에너지 대란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특히 러시아 에너지 대란은 급격한 전기료 인상을 불러오면서 완성차 업계의 차량출고를 더욱 어렵게 만들 대형 악재로 지목된다.

4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독일과 서유럽으로 연결되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전격 중단했다. 유럽은 전체 천연가스의 약 4분의 1을 노르트스트림에서 공급받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 주요국들마다 전기요금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다.

영국은 오는 10월부터 전기·가스요금의 표준가구 상한선을 연간 1971파운드에서 3549파운드(약 560만원)로 80%로 상향 조치한다. 독일과 프랑스도 내년 전기 계약요금을 역대 최고치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지난해 메가와트시(㎿h)당 85유로인 전기 계약요금을 각각 850유로, 1000유로 이상까지 10배 이상 올렸다. 더욱이 풍부한 수력발전에 유럽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수출하던 노르웨이마저 전기 수출에 제동을 건 상황이다. 

전기 부족에 유럽 완성차 업계는 비상등이 들어왔다. 폭스바겐그룹은 자동차용 유리가 크게 부족해질 것으로 예측하며 유리 부품 비축에 들어갔다. 포르쉐는 헤드램프 공급 부족에 최근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BMW의 올리버 집세 회장은 상반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천연가스 대체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대차는 튀르키예와 체코, 기아는 슬로바키아에 각각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튀르키예(연간 생산량 약 20만대)와 체코(30만대), 슬로바키아(30만대) 공장의 가동률은 각각 100.8% 94.7%, 88.3%를 달성할 정도로 호조를 보이는 중이다. 덕분에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유럽 완성차 시장에서 9.9%의 점유율로 르노를 제치고 3위까지 뛰어올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될 때까지 완성차 업체들의 대외환경은 계속 불안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 등 몇몇 국가가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매하면서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전혀 통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에너지 대란은 완성차 생산에 그치지 않고 이제 막 개화한 전기차 산업에도 충격을 가할 전망이다. 큰 폭의 전기료 인상은 그동안 전기차 이점으로 작용한 연료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기요금 문제가 수면 위에 올랐다.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올 때 적용되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달부터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 할인 종료와 전기료 인상까지 겹치자 현대차는 5일부터 초고속 충전소 이피트(E-pit)의 충전요금을 기존 대비 최대 17% 인상한다. 테슬라는 지난달부터 V3 수퍼차저 요금을 5% 올렸다.

한편 완성차 업계의 고질병이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다소 숨통이 트인 모습이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판매량은 총 61만5186대로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생산물량 증가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완화가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며, 이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TSMC의 차량용 반도체 공급 확대가 긴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IT 제품용 반도체 재고가 쌓이자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늘렸다.

다만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독일 인피니언, 스위스 ST마이크로, 네덜란드 NXP, 일본 르네사스 등 차량용 반도체 ‘빅5’는 1년 이상의 주문이 밀리는 등 여전히 물량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벽한 해소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 전경 [사진=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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