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1일에 이어 2일에도 듀얼번호 가입자가 몰려 두 번째 번호 개통이 지연되고, 일부 가입자는 주말에 개통을 진행해야만 했다.
KT 관계자는 "e심 제도 시행 후 2일 동안 온라인 셀프개통을 중심으로 e심에 대한 높은 고객 반응이 있었으며, e심 단일 개통보다 유심과 e심을 함께 개통하는 듀얼심의 비중이 높았다"며 "두 번째 회선은 일반 요금제보다 듀얼번호 가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듀얼번호 서비스의 흥행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로 이미 시중에 풀린 아이폰 이용자들의 높은 얼리어답터 성향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는 갤럭시 Z 플립4·플립4부터 e심과 듀얼번호를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애플 아이폰은 아이폰XR 이후 모든 제품(아이폰12·13 시리즈 포함)에서 e심과 듀얼번호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Z 플립4·플립4를 구매하면서 듀얼번호에 가입하는 고객 못지않게 기존 아이폰 이용자들의 듀얼번호 신청도 줄을 이었다. 실제로 전체 듀얼번호 가입자에서 Z 플립4·플립4와 아이폰 시리즈의 비중은 반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9월부터 국내에서 e심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유심과 e심을 함께 이용하는 1폰 2번호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점에서 착안, 저렴한 가격에 편리하게 가입과 해지가 가능한 듀얼번호 서비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KT에 따르면 듀얼번호는 중고거래·택배·배달 등 온라인상이나 불특정 다수에 번호 노출이 잦아지고, 일과 여가를 구분하는 워라밸 트렌드가 지속됨에 따라 각각의 목적에 맞게 전화번호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다.
이지상 KT 마케팅프로모션팀 차장은 "듀얼번호는 일과 업무 분리를 원하는 MZ세대뿐만 아니라 △전용 연락망을 원하는 커플 △차량 앞 개인번호 노출을 꺼리는 여성 운전자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배달 음식 또는 퀵·택배를 받으려는 사람 등에게 요긴하다"며 "KT 조사에 따르면 10·20대를 중심으로 번호 두 개를 쓰려는 수요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1폰 2번호 사용 사례를 계속 알려서 듀얼번호와 1폰 2번호를 대중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듀얼번호는 e심 데이터 소진 시 유심 데이터로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듀얼넘버 플러스는 교체의 불편함 없이 첫 번째 번호의 빠른 속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LG유플러스 측의 설명이다. 다만 첫 번째 번호의 데이터 사용량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나눠쓰기 사용량을 공유하는 만큼 가입에 앞서 나눠쓰기 사용량이 얼마나 되는지 사전에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
SK텔레콤도 월 일정요금을 내고 두 번째 번호를 제공받는 1폰 2번호 서비스를 기획하고 유보신고제에 따라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요금제나 서비스 기획 후 즉시 출시할 수 있는 KT·LG유플러스와 달리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T는 정부의 사전 확인을 받아야 한다. SKT의 1폰 2번호 서비스는 이르면 9월 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1폰 2번호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가입에 앞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고 통신 업계 관계자는 조언했다.
먼저 듀얼번호, 듀얼넘버 플러스 등으로 부여받는 두 번째 번호는 신규 회선인 만큼 통신사 가입 회선 제한(보통 3개)의 영향을 받는다. 하나의 통신사에서 1~2개의 회선을 개통한 경우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지만, 3개의 회선을 모두 개통한 경우에는 가입할 수 없다. 신용등급이 떨어지거나 장기연체이력이 있는 경우에도 가입이 거절된다.
또한 온라인에서 e심 QR코드를 받은 후 즉시 1폰 2번호를 이용할 수 있다고 이통사들이 홍보하고 있지만, 이는 가입하려는 이통사에서 스마트폰을 구매한 경우에만 해당된다. 자급제 채널 또는 다른 이통사에서 스마트폰을 구매한 경우에는 오프라인 대리점에 방문해서 스마트폰을 전산에 등록해야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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