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10명 중 6명 "韓반도체산업 위기 국면…내후년에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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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2-09-0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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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상의, 전문가 30명 대상 반도체산업 경기 인식 조사 결과 발표

  • 우태희 부회장 "해외기술기업 투자·인수 위한 특단의 제도 개선...세련된 외교 필요"

8월 반도체 수출이 26개월 만에 역성장(-7.8%)을 기록하는 등 반도체산업 위기 상황이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 10명 중 6명이 반도체산업 침체 국면이 2024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국내 반도체산업 경기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 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 10명 중 7명(76.7%)은 현재 반도체산업이 처한 상황을 ‘위기’(‘위기 상황 초입’ 56.7%, ‘위기 한복판’ 20%)로 진단했다. ‘위기 상황 직전’이라는 응답은 20%, ‘위기 상황이 아니다’라는 답변은 3.3%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이 금세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지에 대해선 ‘내후년(2024)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란 답변이 58.6%로 가장 높았고, ‘내년까지’(24.1%), ‘내년 상반기까지’(13.9%), ‘올해 말까지’(3.4%) 순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대한상의]

전문가들은 이런 위기 상황의 원인은 장단기 대외리스크가 복합적으로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감소 및 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하락, 중국의 빠른 기술추격,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등의 리스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반도체산업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장단기 이슈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반도체산업이 처한 상황이 최근 10년 내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최근 10년 내 있었던 국내 반도체산업의 부진 시기, 즉 2016년 중국의 메모리 시장 진입, 2019년 미·중 무역분쟁 당시와 비교해서다. 전문가들 43.4%는 ‘그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유사하다’는 답변은 36.6%, ‘양호하다’는 답변은 20%로 집계됐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과거 반도체산업의 출렁임이 주로 일시적 대외환경 악화와 반도체 사이클에 기인했다면 이번 국면은 언제 끝날지 모를 강대국 간 공급망 경쟁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기술추격 우려까지 더해진 양상”이라며 “업계의 위기감과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대한상의]

국내 반도체산업 대외현안으로 급부상한 ‘칩4 논의’와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반도체지원법)’의 영향에 대해선 긍·부정 평가가 혼재했다.

칩4 논의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이 ‘부정적’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46.7%에 달했다. 또한 ‘긍정적’이란 응답도 36.6%였다.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답은 16.7%로 집계됐다. 

박진섭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산업은 엄청난 국제 분업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칩4 대화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의 R&D·공급망 협력 등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한편, 미·중 경쟁 심화 및 중국의 반발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확연하고 중국의 필요가 크기 때문에 당장 반도체 수출이 타격받을 가능성은 작다”고 덧붙였다.
 

[그래픽=대한상의]

미국 반도체지원법의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 전망이 50%, ‘부정적’ 전망은 40%로 집계됐다. ‘큰 영향 없을 것’이라는 답변은 10%에 그쳤다.

정의영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지원법으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가드레일 조항 때문에 중국 투자가 제한받는 등 부정적 요인도 있지만, 반도체 개발·설계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에 있는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 또한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단기적 위협요인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감소(부정적 영향 80%)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부정적 66.7%)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부정적 63.3%) △우크라이나 전쟁(부정적 56.7%) 순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는 △칩4 대응 등 정부의 원활한 외교적 노력(43.3%) △인력 양성(30%) △R&D 지원 확대(13.3%) △투자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 확대(10%) △반도체 소재에 대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3.4%)을 차례로 꼽았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해외기술기업 투자·인수를 위한 특단의 제도 개선과 반도체 경쟁국 사이에서의 적극적이고 세련된 외교 등 반도체 분야 초격차 유지를 위한 보다 근원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반도체 웨이퍼 작업 중인 로봇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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