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주년 특별 기고] 완당 김정희와 한·중 문화교류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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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
입력 2022-09-0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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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올해는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중 양국 관계의 우호와 협력을 다져야 하는 시기가 됐습니다. 한국과 중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뜻을 함께하자는 취지로 각계 저명인사의 깊이 있는 견해가 담긴 글을 본지에 싣게 되었습니다. 지난 30년은 한·중 양국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가고 경제 파트너로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등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 적지 않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한국과 중국은 함께 많은 역경을 이겨왔습니다. 한·중 관계는 이제 새로운 기점에 서 있습니다. 

이번 기고 릴레이에는 한·중 수교 과정의 경험담부터 한·중 교류를 위해 현장에서 땀 흘린 여러분들의 이야기까지, 양국 수교 30주년의 역사가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30년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가득히 담겨있습니다. ​한국의 북방외교와 중국의 개혁개방 그리고 세계사의 변화에 순응하는 한·중 수교는 우리들의 소중한 역사이기에 독자들에게 이 글이 한·중 관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사진=한·중수교 30주년 기념사업준비위원회]

지난 2019년 6월 중국 베이징 중국 국가미술관에서 열린 ‘추사 김정희와 청조 문인과의 대화’ 전시는 이러한 19세기에 있었던 문화적 교류를 21세기의 시선으로 풀어낸 뜻깊은 전시였다. 마침 추사가 베이징을 방문한 지 210년이 되는 해였고, 210년 전 청조의 수많은 문인과 교류를 시작해서 만들어낸 아름답고 빼어난 결과물들이 다시 베이징으로 왔다.

그간 두 나라의 근현대사의 수많은 질곡으로 인해 끊어지다시피 한 문화교류가 다시 옛날에 있었던 의미가 깊고 훈훈한 문예가들의 관계를 통해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으니 더욱 그 상징성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간송미술관, 과천시 추사박물관, 제주 추사관, 영남대박물관, 김종영미술관 등 30곳이 넘는 소장처로부터 120점이 넘은 작품을 모아 기획한 이 전시는 사상 최대 최고의 추사 전시이기도 했고, 이러한 전시가 우리나라가 아니라 중국, 베이징에서 프리미어(Premier) 열었다는 것 자체가 가지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이에 호응하듯 2019년 베이징 추사전은 많은 중국인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으며 약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5000명의 관람객이 찾아 총 30만 명의 누적 관람객 수를 기록했다.

서도 전문가인 국가미술관 부관장으로부터 “추사는 현대 (중국)의 서예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150년 전에 제시했다”라는 평가를 받았고, 전시를 기획한 예술의 전당 서예관의 이동국 수석 학예사는 "지난 백 년 동안 한·중이 문화적으로 떨어져 있었지만, 추사를 통해 일시에 백 년의 간극을 허문 계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를 통한 대화'라는 이 전시의 특별한 의미를 잘 설명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학문과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교류는 실질과 실용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 경제적인 교류와 달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조건이 없는 진심의 교류 가능성을 더 강하게 내포하기 때문에 더욱 오래가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내가 2019년 ‘추사 김정희와 청조 문인과의 대화’ 전시의 오프닝에 참석해서 느낀 것은 바로 이러한 문화교류의 생명력이었다. 중국 국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오프닝 행사에는 중국의 많은 문화계 인사들과 서화가들이 참석하였고, 김정희의 작품과 200년 전 완당이 당시 중국 학계, 문화계의 인사들과 나누었던 깊이 있는 대화와 정다운 교분의 결과물들을 바라보는 그 들의 시선과 표정에는 미묘한 감상과 감동이 공존하고 있었다. 아마도 200년 전 우리와 그들의 조상들이 서로 나누었던 진심이 느껴져서가 아닐까 한다.

한국과 중국은 정치, 군사적으로, 또는 경제 분야에서는 서로 대립하고 싸운 역사도 무수히 존재하지만, 동시에 문화적으로는 한자와 성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문학과 예술의 전통을 오랫동안 나누었던 형제 같은 사이이다. 세계정세의 변화로 대립과 경쟁이 강요되는 듯한 요즘이야말로, 예부터 존재해 왔던 문화적 교류의 물꼬를 트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 예술과 철학을 나누는 자리가 더욱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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