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갈아치우며 이틀째 1370원선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시장과 함께 긴급 외화유동성 점검에 나섰다. 금감원은 환율 상승에도 국내 은행권의 외화유동성 상황이 '양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발생할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더욱 보수적으로 관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6일 금감원은 이날 오전 10시 김영주 은행 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국내 은행·외은지점 관계자들과 '외화유동성 상황 점검회의'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으 비롯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자금담당 부행장과 외국계은행 서울지점 대표 등이 참여했다. 회의는 당초 대면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우선 은행권의 자체점검 결과 현재 국내 외화유동성은 양호한 것으로 판단됐다. 실제 지난 8월 24일 기준 국내은행 외화LCR는 124% 수준으로 규제비율(80% 이상)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올 초부터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중장기 외화자금 조달을 확대하고 무역금융, 외화대출 증가 등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의 참석자들은 최근 원화가치 하락에 대해 "유로화, 엔화 등 주요국 통화가치 하락과 같이 강달러 움직임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면서 "수급요인과 심리적 요인에 따른 것인 만큼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 나타난 일방적 위험회피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환율이 글로벌 긴축 사이클과 무역량 감소 등 수출국에 불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달러화 강세 장기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JP모건과 BNP파리바 등 외국계은행 역시 "국내 스왑시장에서의 달러 유동성은 양호하다"면서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보험사의 외화채권을 활용한 외화유동성 공급방안도 스왑시장 유동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금감원은 양호한 현 상황에도 대내외 불안요인이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쉽지 않은 만큼 더욱 보수적으로 외화유동성을 관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영주 부원장보는 "현재 일부 은행이 추진 중인 보험사와의 외화증권 대차거래와 같이 유사시 외화유동성을 조달할 수 있는 신규 수단을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다"면서 "커미티드라인(Committed line) 등 위기시 신속하게 외화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를 각 은행의 사정에 맞게 선제적으로 확보해 달라"고 강조했다.
감독당국 역시 외화유동성 상황을 밀착 모니터링해 대내외 리스크에 대한 대응능력을 강화하고 수출입기업 지원을 위해 외화자금 확보를 지도하는 등 외화유동성 관리를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국내은행·외은지점과의 핫라인을 통해 현장정보를 적시에 파악하여 금융시장 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금융시장에 필요한 지원을 위해 관계기관 공조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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