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 Technical Center Korea·GMTCK)가 개발한 '트레일블레이저'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앙코르GX’가 그 주인공이다. 이 플랫폼 개발을 주도한 김진수 전무(Chief Engineer)를 만나봤다.
-한국GM에서 차량 개발을 진두지휘한다고 들었다. 테크니컬센터가 어떤 곳인가. 또 맡고 있는 임무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전 세계 GM 디자인·엔지니어링 조직 중 미국 본사에 이어 둘째로 큰 곳으로 엔지니어, 디자이너, 테크니션 3200여 명이 GM의 글로벌 차량 개발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디자인 단계부터 설계, 성능 개발, 검증, 생산 기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세계적 품질 성능 수준에 맞춰 수행하고 있는 GM 신차 개발의 주요 거점이다.
GMTCK는 쉐보레 트랙스, 뷰익 앙코르, 오펠 모카 등 초기 글로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의 부흥을 이끌었던 모델을 개발했고, 이후에도 차세대 모델인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뷰익 앙코르GX를 개발·출시해 현재 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GMTCK에서 개발한 트레일블레이저와 뷰익 앙코르GX가 시장에서 굉장히 호평받고 있는데.
"이번에 발표된 2022년 JD 파워 신차품질조사에서 뷰익 앙코르GX가 해당 세그먼트 내 최고 품질 모델로 선정됐다. 뷰익(Buick) 앙코르GX는 GM 산하 뷰익 브랜드의 프리미엄 소형 SUV 모델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동일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 차량이다.
두 차종은 북미, 한국, 중국 등 주요 마켓을 겨냥한 소형 SUV 핵심 전략 모델로 GMTCK가 개발했고 미국 등 모든 마켓 물량을 부평공장에서 전량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한국 사업장에서 개발한 차가 미국에서 품질조사 1위를 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감회가 남다르다."
-개발 과정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차량 개발 과정 중 제품 기획, 디자인, 설계, 성능 개발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차량의 안전 성능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전 성능은 차량 외장 또는 내장 인테리어처럼 고객들 눈에 쉽게 보이는 성능이 아니므로 개발자의 강력한 믿음과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회사의 프로세스와 자원 배분 등이 필수적이다. GM은 그 부분에 있어 다른 어떤 자동차 회사보다 안전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우선순위를 지니고 있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초기 아키텍처 개발 단계에서부터 충돌 안전성, 차량 경량화를 위해 초고장력 강판 비중을 높여서 기존 차량 대비 20% 이상 향상된 차체 강성을 확보했고, 첨단 안전 시스템을 개발하고 적용해 두 차종 모두 미국 고속도로 안전 보험 협회의 최고 안전 등급(IIHS Top Safety Pick)과 미국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5 스타(US NCAP 5 star), 그리고 한국에서는 신차 안전도 평가 1등급을 획득하는 등 탁월한 차량 안전 성능을 인정받았다.
또 자동 비상 제동, 전방 보행자 제동, 사각 지대 경고, 차선 변경 경고 등 능동 안전 시스템을 소비자 운행 조건에 최적화해 개발함으로써 차량 안전 성능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확보하는 동시에 차량의 가장 근본적 기능인 안전 성능에 대해 추호도 양보 없이 개발에 임했고 이러한 노력에 소비자가 호응해 주셔서 큰 보람을 느낀다."
-트레일블레이저 외에도 개발을 맡은 차량이 있나. 어떤 모델이 가장 기억에 남나.
"제가 처음 개발 책임을 맡았던 쉐보레 소닉(한국 모델명 아베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글로벌 소형차 모델로서 한국, 북미, 중국, 유럽, 호주, 러시아, 중남미, 동남아 등 전 세계 주요 시장을 대상으로 개발됐고, 각 지역의 다양한 성능 요구 조건을 맞춰 개발해 나가면서 제품 개발에 있어 소비자를 중심에 놓는 가치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그때 경험은 이후에도 쉐보레 트랙스, 뷰익 앙코르,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등 소형 SUV를 개발하면서 마켓 요구 사항과 브랜드의 가치를 제품 개발에 통합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
현재 저는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만약 몇 년 후에 제가 같은 질문을 다시 받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이 CUV가 가장 기억에 남는 최고의 차량이라고 말할 것 같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거나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한다면.
"뷰익 앙코르GX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같은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형제 차량이지만 글로벌 시장에 판매되는 두 개 신차 프로그램을 짧은 간격으로 동시에 개발하다 보니 양산 출시를 위한 준비 일정에 시간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한창 모든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던 중 개발 막바지에 갑자기 닥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부 부품 업체의 생산 중단, 물류 차질 등 차량 양산 준비에 큰 차질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때 GM 한국 사업장의 강점 중 하나인 생산공장과 연구소가 한곳에 모여 있다는 점이 문제 해결 시간 관리에 큰 도움이 됐다. 보통 차량 개발에서 양산으로 이어질 때 문제가 발생하면 관련 팀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 사업장은 연구진과 생산인력이 즉시 문제 현장에 모여 해결책을 함께 찾아내고 시뮬레이션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원팀으로 협업해 현격하게 짧은 시간 내에 문제 해결이 가능했다."
-한국GM의 차량 개발 책임자로서 철학이나 신념은.
"GM의 차량 개발 책임자는 ‘모든 결정의 중심에 고객을 둔다’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실제로 신차 개발 과정 중에는 프로젝트 팀 구성원 간에 상충하는 요구 사항이 자주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어떻게 발전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지 여부가 프로젝트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때는 소비자를 논의의 중심에 놓으면 올바른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담보할 수 있다. 어떤 소비자가 우리가 개발한 차량 한 대를 최대 차량 수명까지 사용하는 경험을 생각한다면 작은 부품 하나라도 소홀히 지나칠 수 없게 된다.차량 개발 과정에서 또 하나 중요한 가치는 ‘다양성과 포용성’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큰 관련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최근 자동차 산업 변혁기에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한다."
-미래에 꼭 만들고 싶은 드림카가 있다면.
"GM은 지속 가능한 미래 모빌리티를 위해 ‘교통사고 제로’ ‘탄소 배출 제로’ ‘교통체증 제로’, 이른바 트리플 제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열쇠는 전동화(electrification)라고 보고, 전기차와 자율주행 분야에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시에 차량 제품과 운송 시스템의 변혁을 통해 사회를 이롭게 만드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GM이 한 팀으로 여정을 같이하고 있다. 또한 GM에서는 지난해 전기차 대중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마케팅 캠페인인 ‘에브리보디 인(Everybody In)’을 선보인 바 있다. 이러한 비전에 부합하는 기능과 성능을 갖추고 소비자의 접근 장벽을 낮추어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한 차량을 개발해 보고 싶다. 즉 저렴한 가격 그리고 나이와 장애 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차세대 모빌리티 솔루션, 바로 이것이 저와 GM이 선도해 개발하고 싶은 차세대 드림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한국GM 테크니컬센터의 비전과 현재 개발 중인 모델은 무엇인가.
"앞서 말씀드렸듯이 GMTCK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 제품을 개발하는 주요 거점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GM의 트리플 제로 비전을 달성하는 여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최근 전략적 우선순위로 진행 중인 글로벌 GM의 전-전동화(all-electric) 개발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현재 센터 내 엔지니어 500여 명이 얼티엄 플랫폼을 통한 글로벌 신형 전기차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추후 GM의 미래 모빌리티 기술과 연계된 업무 인원을 기존 대비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앞서 소개한 차세대 글로벌 전략 차종인 CUV 차량을 개발 중이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뷰익 앙코르GX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탁월한 신제품을 소비자 여러분께 선보일 날을 기다리며 막바지 개발 과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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