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에 선진국들마저 신음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역대급 긴축에 엔화, 파운드화, 유로화 등 주요 통화들이 줄줄이 추락하며 선진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양상이다. 블룸버그는 이들 선진국이 위기를 타개할 묘수가 없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리 시간으로 오후 2시 기준으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110.52를 기록해, 전장 대비 0.28% 상승했다. 달러 인덱스는 올해 들어 15.537% 올랐다.
특히 연준이 집계하는 선진국 통화 대비 달러 인덱스는 올해 10% 급등해,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신흥국 통화 대비 달러 인덱스는 같은 기간 3.7% 상승하는 데 그쳐, 2020년 코로나19 확산 때 기록한 전고점을 하회하고 있다. 브라질의 헤알화나 러시아 루블화 등 원자재가 풍부한 나라의 통화 가치는 굳건한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물가 상승세 억제에 성공한 뒤에나 각국 중앙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선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수 국가의 경제가 미국보다 훨씬 취약해 보여, 각국의 금리 인상이 급락하는 통화 가치를 붙잡기는 힘들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과거 연준이 긴축에 나설 때마다 신흥국들은 자본 유출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선진국의 통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현 상황은 사상 처음이다.
시라이 사유리 게이오대학교 교수는 “정책 금리를 인상하는 것만으로는 다른 나라들이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막을 가능성이 없다”며 “지금의 달러 강세는 올해 연방기금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전 세계적인 긴축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위험을 반영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3엔을 돌파하는 등 2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엔화 가치 급락으로 에너지 및 수입 비용이 급등하면서 가계와 기업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더구나 강달러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 달러가 비싸지면 원유 등 달려 표시 상품 가격은 덩달아 뛴다.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유럽 각국의 입장에서는 환율을 잡아야 에너지 가격 급등세도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이자벨 슈나벨 ECB 이사는 지난달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공급 쇼크라는 특정한 상황에서 환율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싱가포르의 만수르 모히우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가 계속해서 추가 상승할 경우 선진국의 경제 정책 입안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라며 “국내 자산 시장이 폭락하고 성장이 주춤하더라도 중앙 은행들은 올해 금리를 계속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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