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의 신산업 분야 진출과 스케일업(성장)을 위해 정부가 각종 규제 개혁 및 갈등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6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아주경제의 ‘제14회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글로벌포럼(2022 GGGF)’에서는 ‘K-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적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는 장병탁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주화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정책총괄과장,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스타트업 성장 막는 ‘그림자 규제’… “정부가 해결 나서야”
토론자들은 이 자리에서 스타트업이 신산업 분야 진출 과정에서 겪는 각종 어려움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전문직 서비스 관련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들은 직역 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에 차질을 빚는 실정이다. 자비스앤빌런즈가 운영하는 세무대행 플랫폼 ‘삼쩜삼’은 세무사 단체와, 로앤컴퍼니가 운영하는 법률 플랫폼 ‘로톡’은 변호사 단체와 수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세무사회와 세무사고시회가 지난해 3월 경찰에 불법세무대리행위 등으로 고발을 했고, 1년 6개월의 수사 기간을 거쳐 8월 중순에 모두 무혐의로 검찰 불송치 결정이 났다”며 “하지만 정부기관에서 투자를 받을 때는 이슈가 될지 모르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계속해서 사업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정 부대표는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2015년, 2016년, 2020년 세 차례 검찰 고발을 받았지만 검찰에서 무혐의를 받고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검증받았다”며 “하지만 변협은 지난해 로톡과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변호사들을 징계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직접적인 규제가 어려우니 이젠 내부 규제를 만들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그림자 규제’를 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를 향해 갈등 중재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 부대표는 “규제 개선 사각지대에 놓인 스타트업을 위해 협단체가 임의 규정을 만들어 특정 집단을 괴롭히는 것을 정부가 관리 감독해달라”며 “그림자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중재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스타트업 규제 풀어야 소비자‧전문가‧시장에 유리”
소비자 편익 증대와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 부대표는 “저희 같은 플랫폼이 많이 생겨야 네이버, 구글 등 대형 정보기술(IT) 플랫폼과 건전한 경쟁이 가능하다”며 “여러 플랫폼이 소비자 편익을 중심으로 성장해야 건전한 발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가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결국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며 “건전한 경쟁을 위해서는 플랫폼이 성장해야 한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과 변호사들의 편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러 플랫폼이 생겨야 독점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부대표는 “통계적으로 보면 변호사들은 아직 국민들에게 충분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변호사 숫자와 업무 처리 속도를 고려하면 국민들의 법률 서비스 수요 대비 공급에 한계가 있다”며 “리걸테크(법률 정보기술)가 발전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 변호사들도 업무 처리 속도를 높이고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사건을 처리할 수 있게 되는 만큼 매출이 증가해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세무 서비스는 과거 최소 10만~20만원을 내야 이용 가능했으나 지금은 평균 2만원이면 된다”며 “삼쩜삼은 서류 작업을 기술로 자동화함으로써 이용 가격을 낮췄고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기술을 통해 보편성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에 세무사가 1만명, 고객은 100만~2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세무사 한 명당 100명의 업무를 처리하는 꼴”이라며 “삼쩜삼이 올 한해 처리한 세무 건수만 200만건이다. 세무사들이 기술을 활용하면서 같은 업무를 해도 더 좋은 수입을 올리고, 고객들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게 됐다”고 부연했다.
김 대표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스타트업의 싹을 밟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스타트업에 대한 선제적인 규제 시 이미 독점에 가까워진 기업을 견제하기 어렵고, 기존에 사업을 영위하던 기업들과 경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 규제 해소 필요… 갈등 조정 방안 모색해야”
전문가와 정부 측에서는 스타트업계의 애로사항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김 과장은 “변호사‧세무사는 이미 정부에 의해 독점적 권한이 부여되는 대상이기 때문에 법률‧세무 플랫폼이 커지더라도 대등한 협상력을 갖고 조정할 수 있을텐데 독점이 우려돼 사전에 견제를 해야 한다는 건 기우”라면서도 “정부가 공권력을 통해 어떤 제도를 설계하든 양측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범국가‧범국민적 협의체를 구성해 사회적 대타협에 나서야 문제가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플랫폼 스타트업과 직역 단체 간 갈등으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되는 만큼 정부도 해결 노력을 했지만,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답을 내놓기는 대단히 어려웠다”며 “다만 새로운 비즈니스가 계속해서 나오는 만큼 공무원들도 새로운 사고를 갖고 새로운 관점에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정부는 국민의 편의성, 비용적인 관점에서 갈등 상황을 바라보고 건전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허용된 것 외에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를 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모든 걸 규제하면 스타트업의 싹이 자랄 수 없다. 금지된 것 이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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