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정진석 국회 부의장을 새로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인했다. 추석 전 비대위를 출범하겠다는 당초 계획대로다.
국민의힘은 새로운 비대위를 출범시켜 당 내홍을 수습하는 모양새를 갖춰 이른바 '추석 밥상머리 민심'을 잡아보겠다는 계획이다. 집권 여당인데도 불구하고 대선 이후 당 내에서 계파 갈등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아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일부터 사흘간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지난 8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당헌·당규 개정을 통한 비대위 전환에 대해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55%로 집계됐다. 반면 '적절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27%였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적절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53%,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31%였다.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도는 연일 하락세다. 9월 2주차 조사 결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33%로 지난 3월 1주차 결과였던 35% 이후로 최저치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지난 6월 1주차 48%→6월5 주차 40%→6월 2주차 37%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왔다. 이밖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 8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정 부의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전국위는 당시 비대면으로 회의를 열고 자동응답(ARS) 투표를 통해 정 부의장을 새 비대위원장에 임명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투표 이후 윤두현 전국위 부의장은 "전국위원 재적 731명 가운데 519명이 투표에 참여해서 성원이 됐다. 참석 468명, 반대 51명으로 당헌 제96조 제4항에 의거해 비대위원장 임명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전국위에 함께 상정된 비대위 설치 안건도 찬성 477명, 반대 42명으로 의결됐다.
새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정 부의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할 수만 있다면 지난 몇달 간 당 내분을 지우개로 지우고 싶다"고 했다.
정 부의장은 "지금 비대위원장을 독배라고들 한다. 저는 독배라서 더이상 피해선 안 된다 생각했다"라며 "그것이 제게 주어진 대의고 애국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아시는 바와 같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니 뭐니 표현을 들었다. 그런 갈등과 분열이 누적된 상황에서 제가 나서는 게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자문을 수없이 했었다"고 했다.
아울러 "달리 선택지가 없다고 하니까 그렇다고 한가하게 뒷전에 머물러서 바라만 볼 수는 없는 것이고 그건 책임이 아니다"라며 "지금 이 순간 저에게 국가 대의는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가 대의고 애국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만날 계획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누구라도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정 부의장과 이 전 대표는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SNS로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당시 두 사람은 '개소리' '육모방망이' 등 거친 단어를 주고 받으며 감정 싸움을 벌였다.
정 부의장은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선 "법원에서 바른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그러면서 "제가 계파에 치우친 정치인도 아니었고 늘 통합 정신을 앞세워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해왔기 때문에 누구와도 대화하는 데 장애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 부의장의 결심과 달리 이 전 대표는 전국위 의결안 효력정지 및 정 부의장을 겨냥한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전 대표의 추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 기일은 오는 14일이다.
이 전 대표 변호인단은 지난 8일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며 "선행 가처분 인용결정에 의해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 임명, 비대위원들 임명 및 비대위 설치 자체가 무효이므로 무효에 터잡은 '새로운' 비대위 설치, 새로운 비대위원장 임명 역시 당연 무효"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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