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집권 여당의 내홍은 가라앉기는커녕 날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청한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치 가처분 인용으로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 직무는 정지됐다. 판결문 내용은 사실상 주관적으로 비상 상황을 규정한 비대위 자체에 대한 효력 정지 성격이 강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통해 당헌 96조 1항의 비상 상황 규정을 정비하고 새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비대위원장은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맡게 되었다. 정 비대위원장은 수락 연설에서 ‘독배를 마시기로 결정했다'거나 ‘4년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됐다'며 자신의 결단이 고뇌에 찬 애국 충정임을 강조했다. 유력하게 거론되었던 박주선 전 의원은 고사했다.
그런데 과연 정진석 카드로 국민의힘 내부를 소용돌이치게 하고 있는 내홍의 파고를 수습할 수 있을까. 우선 정 비대위원장은 법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정 비대위원장 체제에 대해 이준석 전 대표가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만약 첫 번째 가처분 인용처럼 ‘정진석 비대위’ 효력 정지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면 정 비대위는 출발하자마자 정차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정 비대위원장 카드를 강행한 윤핵관은 더 큰 타격을 받고 윤석열 대통령 역시 당내 현안에 상당한 책임을 지게 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확산되고 정진석 비대위의 운명은 꽃을 피우기도 전에 끝장나는 모양새가 된다.
설사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이라는 법률적 장애물을 뛰어넘더라도 끝나는 싸움이 아니다. 계속해서 이준석 전 대표와 여론 전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 4개 여론조사기관(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엠브레인퍼블릭·한국리서치)가 지난 9월 5~7일 실시한 조사(8일 공표·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국민의힘이 당헌 개정을 통한 비대위 전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전체 응답으로 ‘당내 비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결정’ 의견은 27%, ‘법원의 가처분 인용을 따르지 않은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55%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 응답자들은 비대위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더 높았지만 압도적인 결과는 아니었다. 오히려 보수 정당 텃밭이자 아성인 대구·경북 여론은 당헌 개정을 통한 비대위 전환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37%로 적절하다는 응답 26%보다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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