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면서 팔 사람은 많은데 매수자들이 ‘실종’되면서 10년 전 주택시장 침체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아파트값은 낙폭을 거듭하며 역대 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올해 아파트 거래량도 직전 침체기인 10년 전 2012년을 이미 넘어섰다.
2012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리먼브러더스 사태)와 보금자리주택(반값 아파트) 공급 확산 등으로 2010년부터 이어진 집값 하락세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다.
미국은 이달에도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0%대에 불과했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올해 들어 여섯 차례나 인상을 거듭하며 2.5%까지 올랐다. 시중의 대출금리도 계속 올라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 평균 금리는 연 5%대를 넘긴 상황이다.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집을 팔려는 사람이 늘어난 반면, 실수요자들은 쉽게 매매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지난 7월부터 1억원 초과 대출자를 대상으로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가 적용되는 등 대출 규제가 꾸준히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택 매수를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상 성수기로 꼽히는 가을 이사철 수요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은 심리’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주택 매수에 대한 악조건 속에 이미 매수심리마저 위축됐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 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상황에서 고가 아파트 중심의 이른바 ‘갈아타기’ 수요가 살아날 여지도 사라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의 원인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는 것이 커서 올해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까지도 거래 저조·가격 약세 흐름이 계속될 전망”이라면서 “주택 매매시장의 침체가 분양시장으로까지 확대돼 한동안 부동산 시장 전반의 약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곡점은 내년 5월 10일 양도세 중과 조치 유예 마감 시한이 될 전망이다. 마감 시한을 앞두고 매물이 확 늘어날 수도 있어서다.
국토교통부의 주택공급 대책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매수 타이밍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하락 분위기에 대한) 턴어라운드 시점이 언제가 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목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정기에 좋은 매물이 급매로 나오거나, 양질의 물건인데 일시적으로 미계약·미분양이 나는 경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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