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이 두렵다."
쌀값 폭락이 가속페달을 밝았다. 정부가 나서서 쌀을 사들이고 있지만, 쌀값 추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농민들 사이에서는 때마다 반복되는 쌀값 폭락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격리 의무화는 물론, 쌀 가공산업 활성화 등 새로운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에서는 '쌀값 정상화'에 방점을 두고, 시장 격리 조치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쌀 가격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13일 기준 쌀 20㎏ 평균 도매가격은 4만7033원으로 1년 전(5만6740원)보다 17.1% 떨어졌다. 쌀값(20㎏)은 지난해 10월, 5만6000원대까지 올랐지만 점차 떨어져 최근에는 평년(4만8947원)보다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쌀값이 계속해서 내림세를 보이는 건 지난해 쌀 생산량이 급증한 데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쌀 소비량이 급감한 영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공급 과잉이 발생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쌀을 찾는 소비자가 줄면서 쌀값이 급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태풍이나 병충해 같은 큰 재해 없이 지나가 쌀 생산량이 10% 넘게 증가한 점도 공급-수요 균형을 무너뜨려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생산량을 늘었지만,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쌀 연간 소비량은 2011년에는 71.2㎏였으나 지난해에는 56.9㎏까지 줄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3년 이후 최저치다.
이처럼 쌀값이 하락할 때 정부가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대응책은 시장 격리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매입해 시장에 풀리는 공급량을 줄여 가격 하락을 막는 방식이다. 정부는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에 나눠 시장 격리를 추진했다. 지난 2월에는 14만4000톤, 5월에는 12만6000톤, 8월에는 10만톤의 쌀을 시장 격리했다. 총 37만톤을 시장 격리했지만, 쌀값은 여전히 폭락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책 없이 쌀 가격 하락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은 쌀값 정상화 TF를 구성하고, 시장 격리 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쌀값정상화TF 팀장인 신정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쌀값 정상화법)에는 작황 조사 등을 근거로 쌀 가격이 형성되기 전 시장 격리를 발표해 수확기(10~12월)에 공공비축미 가격으로 매입해 수확기 시장 격리·공공비축미 방식 매입을 법률에 명시했다.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주고 최저가 입찰을 막자는 취지다. 발동 요건 충족할 경우 쌀 자동 시장 격리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선제적 쌀 생산조정 재개와 예산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도 담았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2018~2020년) 시행했던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은 시장 격리의 20%도 안 되는 예산으로 약 7만7000ha의 생산조정을 했고, 40만톤의 사전 시장 격리 효과가 발생했다.
민주당 새 지도부가 이번 9월 정기국회에서는 쌀값 정상화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가 강력한 만큼 계속되는 쌀값 추락을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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