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회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대우조선해양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더 많은 투자와 R&D(연구개발)가 있어야 하는데,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시스템으로는 어렵다”며 “빠른 매각이 대우조선해양을 구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우조선해양은 경영 부실로 2015년부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주채권은행에서 4조2000억원 규모 신규 자금을 수혈받았다.
산업은행은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을 민영화하기 위해 현대중공업그룹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EU는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건조 시장에서 독점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양사 간 합병을 막았다.
강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 건에 대해선 “현재 5개국에서 (M&A) 승인이 나지 않았다”며 “미국 정부 판단이 중요한데 올해 안으로 판결이 나올 것 같다.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와 협조해 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DB생명 매각과 관련해선 "금리가 올라 매각 여건이 좋아졌다"며 매각에 속도를 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한국 경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주요 산업에 투자하는 ‘한국 경제 재도약 프로젝트’ 계획도 소개했다. 민간과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해 5개 내외 핵심 산업에 대규모 금융 지원을 집중하는 프로젝트로, 첫 번째로 반도체 산업에 5년간 30조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은 초기술격차 산업에 대한 지원 확대, 경제안보 기능 강화, 한국 산업구조 대전환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팹리스 파운드리에 10조원,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10조원, 메모리 반도체에 10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한국 GDP 성장률 중 1%포인트를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과 관련해선 국가 정책에 거스를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지난 8월 30일 대통령이 7차 비상경제정책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말씀하셨고, 9월 1·2일 국회 예결위 현안 질의에서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가 확약한 사안”이라며 “제가 아무리 회장이라도 국가 최고책임자가 정한 것을 뒤집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 이전이 시작되면 산은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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