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유동성 진단] IMF·금융위기와 지금은 다르다…외화유동성 바짝 끌어올린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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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2-09-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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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 종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후 세 번째로 달러값이 1400원 문턱을 두드리면서 외화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과거처럼 외화유동성이 경색되는 일은 없다고 보고 있다. 외화 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들이 모두 과거와 달리 수치상으로 양호한 상태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올해 들어 바짝 끌어올리고 있고, 외환보유액 역시 충분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외 금융시장 패닉에도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하락 추세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97.9원까지 치솟았다가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으로 급하게 하락해 전 거래일보다 2.8원 오른 1393.7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기록한 장중 연고점(1395.5원)을 1거래일 만에 돌파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원·달러 환율 상승세와 관련해 "한쪽으로 과다한 쏠림이 있거나 불안심리가 확산하면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시장안정조치 등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겠다"면서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과도하게 불안해 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음에도 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는 이유는 외화 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들이 양호한 수준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과 각사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의 LCR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LCR는 잠재적인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한 달간 예상되는 외화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의 비율을 말한다. 국채 등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최소 의무보유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유동성 위기 발생 시 금융사가 정부 지원 없이 오래 버틸 수 있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현재 당국은 LCR 규제비율을 80%로 제시하고 있는데 국내 시중은행은 100%를 한참 웃돌거나 일부 은행은 규제 기준의 두 배 이상을 쌓아 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108.09%에서 올해 2분기 말 120% 수준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10.84→134.21%, 하나은행은 113.09→133.67%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108.64→107.27%다. 

LCR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외환당국이 외부 충격에 따른 비상사태 시 은행의 달러 조달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2017년부터 도입한 제도여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수치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다만, LCR 전 활용하던 외화유동성비율(외화유동성부채대비 외화유동성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80%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100%를 간신히 넘나드는 수준이었던 걸 감안하면 훨씬 안정적인 수치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외환보유액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 달러로 세계 9위권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인 204억 달러에 비하면 20배, 2008년 금융위기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었다. 국내외 금융시장 패닉에도 국가 신용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오히려 하락세다.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 13일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전날보다 0.33bp 하락한 30.67bp로 거래되며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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