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개미투자자들이 사라지고 있다. 8월 유가증권 시장의 시가총액 대비 회전율은 4개월 연속 한 자릿수에 머문 상태고 일평균 거래량 또한 7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낮은 상태다.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고(高)물가를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는 만큼 당분간 주식시장 분위기도 침체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9.05포인트(-0.79%) 하락한 2382.78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기준 24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9월 8일(2384.28포인트) 이후 4거래일 만이다.
◆냉랭한 주식시장 떠나는 투자자들
주식시장이 침체 흐름을 이어가면서 개미 투자자들도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발을 빼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 잔액은 52조5658억원으로 집계됐다. 13일 51조3434억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점차 증가세를 나타내곤 있지만 연초(1월 3일) 71조7327억원 대비로는 26.71%(19조1669억원)가 줄어든 수치다.
투자자예탁금은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돈을 말한다. 투자자가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 난 뒤 찾지 않은 돈이다. 증시 진입을 위한 대기성 자금으로 주식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다.
또 지난 8월 전체 시장(코스피·코스닥·코넥스)의 시가총액 회전율은 13.48%로 집계됐다. 2019년 12월(10.92%) 이후 31개월 만에 최저점을 찍었던 지난 7월(12.67%) 대비 소폭 늘어났지만 작년 같은 기간(21.18%) 7.7%포인트가 감소했다.
유가증권시장만 살펴봐도 지난 8월 시총 회전율은 8.77%로 7월(8.18%)에 이어 2개월 연속 8%대에 머물렀고, 4개월 연속 한 자릿수에 머문 상태다. 시가총액 회전율은 기간 내 총거래대금을 평균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회전율이 낮을수록 시장이 침체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8월 전체 시장 평균 거래량 역시 12억8849만주로 7월(12억130만주)에 이어 12억주 수준에 머물렀다. 연중 가장 평균거래량이 높았던 4월(23억5897주) 대비 10억주(45.37%, 10억7048주) 이상 줄었다.
◆얼어붙은 시장분위기 FOMC가 방점 찍나
이처럼 시장이 얼어붙은 이유는 미국을 필두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그간 강도 높은 긴축을 시행해 왔지만 여전히 시장의 예상보다 물가지수가 높게 나타나면서 추가로 강력한 금리인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환율 역시 강달러 장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얼어붙은 모습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증시의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최대 100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75bp 인상과 같은 기존 전망치와 흡사한 결정이 나온다면 시장도 안도심리가 유입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물가지수가 높은 만큼 시장은 연준발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는 민감한 장세가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FOMC가 지나야 방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물가 지표에 놀란 것은 결국 물가는 꺾이겠지만 주거비 같은 끈적한 물가 지표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생각하는 것만큼 빠르게 물가 둔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긴 게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는 100bp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정부분 선반영하면서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75bp 금리인상을 결정할 경우 시장에서는 안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잭슨홀 미팅과 CATO 연설에서 연이어 매파적 스탠스를 보임에 따라 갑자기 완화적인 스탠스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기존의 스탠스와 조금이라도 달라진, 일부라도 완화적인 스탠스를 찾아내려고 할 수 있어 문구, 단어에 금융시장은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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