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디지털 전환 시대의 보험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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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22-09-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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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보험연구원 제공]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화는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촉발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기업의 사업모형을 진화시키고 있고,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제품의 서비스화 또는 서비스의 제품화와 같은 융복합이 활발해지고 있다. 비대면화, 온라인화, 무인화 등으로 변화의 속도도 빨라지면서 디지털 전환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됐다.

이에 현재 보험산업은 소비자와 보험회사, 판매조직 간에 교환되는 정보가 비대칭적이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양산되고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험회사는 소비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도덕적 해이, 역선택, 더 나아가 보험사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소비자도 보험회사와 판매조직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보다 보험회사나 판매조직의 이익이 우선되는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에 따라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인수 및 지급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소비자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정보비대칭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결국 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저하되고 산업의 효율성도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보험회사는 ①지불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인 고객, 특히 개인을 ②대면채널을 활용하여 모집하여 ③보험사고가 발생하면 손실을 보상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해왔다. 하지만 시장 포화로 인해 주요 고객층은 줄어드는 가운데 판매인력이 고령화되면서 노동생산성이 하락하고, 소비자의 니즈는 사후적으로 손실을 보장받기보다 사전적으로 손실을 예방하는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보험산업이 시장 내 팽배한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고, 보험사업을 지속가능하게 전환하려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궁극적으로 보험시장에서 공급자인 보험회사와 판매조직은 소비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사업모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끊임없는 소통이란 24시간 챗봇 상담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서로의 정보가 별다른 무리 없이 교환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소통의 사업모형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 우선 가치 창출 측면에서 보험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소비자 입장에서 가치가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가치 전달 측면에서 소비자가 끊임없이 자신의 정보를 제공할 때 아무런 불편이나 거부감이 없도록 정보 전달 프로세스가 설계될 필요가 있다.

예방서비스와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으로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기본적인 사회안전망 체계가 갖추어짐에 따라 삶의 질을 향상하려는 소비자의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보험사고가 발생한 이후 손실을 보상해주는 것보다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위험을 관리해 주는 서비스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대 수명이 연장되고, 저출산 심화로 공적 연금의 지속 가능성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노후 소득 확보 및 관리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 또한 건강 수명 연장, 유병 기간 동안의 관리 등 건강 관리 및 간병 서비스에 대한 니즈도 커지고 있다.

한편,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소비자 행태가 정보 검색과 비교를 통한 능동적 소비로 변화하게 되었고, 이러한 능동적 소비는 플랫폼을 통해 한 단계 진화했다. 소비자는 플랫폼에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플랫폼은 소비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여 능동적 소비를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플랫폼을 통한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보험에서도 효율적인 능동적 소비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당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사전적이고 촘촘한 규제는 급변하는 환경에 적합하지 않아 감독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산업의 경쟁력도 저해할 수 있다. 보험회사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혁신 유인을 제공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보험산업이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산업 경쟁력과 소비자 신뢰를 동시에 높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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