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노 칼럼] '서민의 연료' LPG에 대한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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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 교수
입력 2022-09-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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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 교수]

추석 명절 고향 가는 길 고속도로. 엄청난 차량 행렬에 휴게소 주유소도 줄이 길다. LPG 충전소는 사정이 조금 낫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고향 부모님은 LPG를 사용하고 계신다. 오늘은 서민의 연료인 LPG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같은 가스체이지만 도시가스(City Gas)는 천연가스(LNG)로 배관망을 통해 공급되는 반면 LPG는 액화 상태인 석유가스로 튼튼한 저장용기나 소형 저장탱크에 담아 농어촌 소외지역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두 종류로 나뉘는 LPG 중 프로판은 가정이나 음식점에서 난방 또는 취사용으로, 부탄은 자동차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LPG는 중동 지역 가스전이나 미국 셰일가스에서 추출하거나 정유 또는 나프타 분해 과정에서 생산된다. 우리나라는 LPG 60%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나머지 40% 정도는 국내 정유사와 석유화학사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액화석유가스라는 이름만큼 LPG의 존재는 이중성을 띠고 있다. 오래전부터 석유제품으로 분류되어 일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대법) 적용을 받는 한편 가스제품으로 취급되어 석유와 가스 양쪽의 규제를 동시에 받고 있다.
 
2021년 LPG는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용 원료로 46%, 연료로 54% 소비된다(수송용 25%·가정용18%·산업용 11%). 전기가 사용하기 편리하기 때문에 점차 많이 사용되는 추세지만 아직은 가정의 난방과 취사에서는 가스가 대세라고 할 수 있다. 가스 중에서도 도시가스(LNG) 사용 가구는 2000만으로 LPG 사용 가구 378만에 비해 5배나 많다.
 
LPG 자동차는 3위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8월 말 현재 전국 2500만대 차량 중에서 휘발유 차량은 1300만대(51%), 경유차는 984만대(39%), LPG 차량은 193만대(8%)를 차지하고 있다. LPG 차량은 승합차와 화물차가 많아 생업용 차량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이 중시되고 자율주행이 보편화할 미래에는 전기차 비중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고 수소차의 잠재성도 있다. EU 자료에 따르면 LPG 차량도 탄소 배출은 하지만 전 주기(Life Cycle)로 볼 때 휘발유나 경유보다 20% 적다. 또한 미세먼지 배출이 적기 때문에 전기차나 수소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역할이 기대된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 국가들과 미국, 일본 등에서는 LPG를 대체연료로 지정하여 LPG 차량에 대한 구입 보조금 지급, 세금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LPG는 직접적 경쟁 상대인 LNG(도시가스)에 비해 열세다. 가스공사가 거의 독점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LNG는 가스 배관망 설치비 등을 오랫동안 지원받아 왔고 도시가스 소매 요금은 규제를 받고 있다. 이에 비해 LPG는 비용과 취급 측면에서 불리하다. LPG(프로판)는 분산형 에너지로서 설치와 이동에 장점이 있는 반면 복잡한 유통 체계 등으로 인해 판매소 마진이 소비자 공급가격의 약 38%를 차지할 정도다. 농어촌 및 서민의 연료라고 하지만 LPG 문제가 시장에서 스스로 해결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다.
 
그간 우리 정부는 안전하고 저렴한 LPG 사용을 위하여 LPG 마을 단위 배관망 사업과 노인회관 등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소형 저장탱크 보급사업을 진행해 왔다. 또 지난 9월 초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LNG 사태를 맞아 LPG와 LNG 혼소 등을 포함한 다양한 LPG 이용·보급 시책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에 머물지 말고 에너지원의 다원화와 에너지 복지 제고 차원에서 LPG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청된다. 첫째, LPG를 독립된 제1차 에너지원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제1차 에너지원은 석유, 천연가스(LNG) 등만 포함되어 있고 전기, 석유, 도시가스(LNG) 등이 포함된 최종 에너지원에서도 LPG는 제외되어 있다. 소외된 LPG를 독립 에너지원으로 명확히 하고 LPG를 정부의 에너지기본계획 등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중 석유류에 포함돼 있는 LPG 관련 규정부터 개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경제원리에 입각한 도시가스 보급 기준을 마련하여 과도한 확장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소위 보편적 서비스라는 도시가스 편향의 민원이 정치권을 거치면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지역까지 도시가스가 공급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LPG와의 최소경제성 원칙에서 정부의 일정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셋째,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마을 단위 배관망 사업과 소형 저장탱크 설치 사업은 LPG를 도시가스처럼 공급할 수 있도록 하여 소비가를 30% 정도 낮추어 소득역진성을 완화하고 안전성을 5배로 높이는 좋은 사업이다. 소형 저장탱크 보급사업은 1000만원 정도인 설치 비용 중에서 대부분이 예산 지원이고 사회복지시설 등에서는 100만원만 부담하면 설치가 가능하다. LPG를 사용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 2만5000개(추정) 중에서 그간 소형 저장탱크가 설치된 2500개를 제외하고 아직 90% 정도가 미설치 시설로 남아 있다. 에너지 복지 향상을 위해 향후에도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LPG 업계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노력할 부분이 있다. 첫째, 정부의 통제를 받는 도시가스와 달리 LPG는 민간 사업자가 업계 자율로 가격을 매기고 있다. LPG 업계에서도 공급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를 검토해서 시장 실패를 치유함과 아울러 농어촌 연료 공급이라는 사회적 책무도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둘째, 소형 저장탱크 보급사업은 특정 지역 편중이 높은 실정이다. 신청이 적은 다른 지역들은 시장·군수 등 지자체장들이 무관심하고 지역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등은 사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점이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 봉사를 위한 분발이 요구된다.
 
LPG는 농어촌과 서민의 연료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업계 모두가 힘을 합하여 적극적인 LPG 정책을 추진해 살고 싶은 중산 농어촌 건설을 앞당겨야 할 때다.  
 


이학노 필진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제학 박사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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