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 A씨는 올해 1월 채팅 앱을 통해 한 여성을 알게 됐다. 두 사람은 일주일간 대화를 이어갔다. 7일째 되는 날, 여성은 "다른 채팅 앱의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데 본인 계정으로는 이를 환전할 수 없다. 혹시 대신 환전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본인 계정으로 1500만원 상당의 보증금을 넣었다. 사이트 측은 묵묵부답, 여성과도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49세 여성 B씨는 올해 4월 5500만원가량의 '대리 베팅 사기'를 당했다. B씨는 부업을 물색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에 가입했다. 그러자 한 남성이 '혹시 부업이 필요하냐'며 DM(다이렉트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수익률 100% 보장하는 부업이 있다'며 메신저 오픈채팅방으로 B씨를 유도했다. B씨는 "이들은 신뢰감을 준 뒤 투자금을 되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소개팅‧채팅 앱을 통해 이성에게 접근한 뒤 호감을 사고 돈을 뜯어내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사기 피해자 100여 명은 사기 조직 등을 상대로 집단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5일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에 따르면 최근 4년(2018년 1월~2021년 11월)간 접수된 로맨스스캠 신고는 총 174건으로 피해액은 총 42억원이다. 이 중 지난해 피해액이 무려 20억7000만원에 달했다. 전년(3억7000만원) 대비 5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로맨스스캠으로 대표되는 '채팅 사기' 행각은 주로 소개팅·채팅 앱이나 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 등 SNS를 통해 피해자들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피의자들은 메신저 대화, 전화 통화를 통해 친밀감과 신뢰를 쌓은 후 피해자들을 불법 사이트로 유도, 돈을 가로채고 있다.
채팅 사기꾼들의 수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채팅 앱을 통한 포인트 환전 사기, 다른 하나는 피해자의 신뢰를 얻은 뒤 불법 '베팅 사이트'로 유도하고 돈을 가로채는 이른바 '대리 베팅 사기'다. 대리 베팅의 경우 이성에게 접근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뢰와 호감을 쌓은 뒤 돈을 가로챈다는 점에서 로맨스스캠과 유사하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수십만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의 사이버 사기 피해를 당했다. 대리 베팅 피해자 B씨는 "인스타그램 DM으로 '혹시 부업이 필요하냐'고 접근했다"며 "이들은 조직적으로 활동해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진을 도용해 올리며 신뢰감을 준 뒤 5000만원 상당의 투자금을 되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단 A씨와 B씨만의 일이 아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사이버 사기를 당한 피해자 100여 명은 현재 집단적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사기 조직을 사기죄로 형사 고소하는 한편, 민사적으로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조직적으로 다수의 피해자에 대해 거액의 피해액을 발생시킨 위와 같은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소송 법률대리인 최지현 변호사(송앤최 법률사무소)는 "아무래도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다 보니 피해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범죄규모가 확산하고 있다"며 "개개인별로 대리를 하면 그분들은 피해를 전보받을 수 있지만 범죄 자체가 너무나 조직적이어서 이 범죄 자체를 우리 사회에서 해결하려면 조직적인 피해자들의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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