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3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75bp, 1bp=0.01%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경기둔화 신호인 장단기 금리차 역시 확대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와 미국 펀드 분석업체 베타파이에 따르면 미국의 2년물 국채 수익률은 4%를 넘어서며 2007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5%를 돌파했다. 이로써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는 0.5%포인트로 벌어졌다.
장단기 금리차 확대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경기 후퇴를 감내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날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5%포인트와 0.5%포인트 하향 수정했다. 또 2024년까지 GDP 성장률이 장기 추정치인 1.8%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GDP 성장률 전망치를 많이 낮추고, 통화 긴축으로 수요와 경제 성장세를 둔화시켜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FOMC 이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군 동원령을 발표한 점도 장단기 금리차 확대를 부추겼다. 이번 전쟁이 종전이 아닌 확전 가능성이 확대된 만큼, 전쟁으로 확대된 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되기까지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단기 국채 금리가 장기 국채를 넘어서는 장단기 국채 간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에 대한 예측력이 가장 정확한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장기금리는 향후 경기와 물가 전망에 대한 영향을 크게 받지만, 단기금리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영향을 받는다. 통상 장기채의 경우 안전자산 성향이 커 단기채보다 금리가 높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사회 전반의 성장성(장기금리)이 더 높고 금융비용(단기금리)이 이보다 낮다면 사람들이 부채를 끌어다가 투자하기에 용이한 환경이 펼쳐져 소위 레버리지 경제가 활성화하며 호황이 이뤄진다”며 “반면, 사회 전반의 성장성이 더 낮고 금융비용이 이보다 높다면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1962년 이후 총 7차례의 경기침체가 있었는데 모든 침체기에 앞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2000년에 발생했던 금리 역전 후에는 미국의 닷컴버블 붕괴가, 2006년 역전 현상이 발생한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이후의 기준금리 인상은 중립 금리 이상의 긴축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경기 침체 부담은 점점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단기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 의한 기술적 하방 경직성이 존재하지만, 장기금리는 경기 우려를 반영해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미국채 10년과 2년의 장단기 금리차 역전 폭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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