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전 기재차관 "엔화보다 원화 가치가 더 하락…달러 사재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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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2-09-2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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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러 확보, "자국 통화 약세에 베팅"…자원 보유한 신흥국 통화 잘 버텨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HOR) 대표(전 기획재정부 차관) [사진=기획재정부]

"지금과 같이 심리가 중요한 시기에 내국인이 제일 발빠르게 자국 통화 약세에 베팅하는 길이 너무나도 쉽고 무제한으로 열려 있다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지냈던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HOR) 대표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달러 매입에 나서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이번 강달러 광풍이 여러 나라에 심각한 피해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하면서 "기축통화인 유로와 엔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상대적으로 신흥국 통화는 잘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로화와 엔화가 맥을 못 추는 이유에 대해 " 두 권역이 쉽사리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는 내부사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흥국이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유럽과 일본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미국과 유럽, 일본 간에 성장의 격차가 있는 판에 금리차까지 벌어지니 유로화와 엔화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에너지 위기의 시대이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자원의 자급도가 낮은 나라는 무역수지 적자 폭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전통적 제조업 강국인 독일, 일본, 우리나라 모두 에너지 자급률이 아주 낮은데 이들 국가가 모두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신흥국은 대체로 자원 수출국이거나 수입비중이 낮아 무역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보이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될 우려가 크지 않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일본이 금리 인상을 하지 않아 미국과 금리역전 현상이 극심하지만 원화보다 엔화 가치가 덜 절하되는 이유를 내국인의 '달러 사재기 규모'의 차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강달러 국면에서 투자자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달러 사재기에 나서며 자국 통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때는 금을 모아서 나라를 구하자고 나섰던 국민들이 이번에는 한국물을 팔고 떠나는 외국인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러 사기에 바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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