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선 없는 환율] 정부 약발 안먹히는 환율, 백약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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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2-09-2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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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140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을 진정시키기 위해 활용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나섰지만 환율은 속수무책으로 치솟고 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유럽의 에너지 수급 위기,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이 겹치며 원화 약세가 계속돼 원·달러 환율이 올 연말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0원 오른 1431.3원에 장을 마감했다. 환율이 장중 143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17일(고가 기준 1436.0원) 이후 약 13년 6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고점에 대한 부담을 무력화하며 우상향하는 모양새다. 연준이 올해 한 번 더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고,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해 달러 선호 심리가 강해졌다. 

연준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이 전망한 금리 인상 수준)에서 연말 금리를 4.40%로 예상해 올해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총 1.25%포인트 더 올릴 수 있다고 시사했다. 시장은 연준이 한 번 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 주말 영국이 내놓은 50조원대 감세안은 경기 침체 우려를 자극하고 파운드화 기피 심리에 불을 붙이며 달러 가치를 더욱 밀어 올렸다. 1파운드가 1.08달러까지 떨어졌다. 통상 1달러보다 높은 가치를 보였던 파운드화가 37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내며 유로화에 이어 '패리티(1달러=1파운드)'를 형성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부는 환율을 진정시키기 위해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꺼내 총력전에 돌입했다. 연말까지 80억 달러(약 11조4000억원) 규모 달러화를 국내 외환시장에 풀어 가파른 원화값 하락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시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을 빌려쓰도록 달러 스와프도 체결했다. 고환율로 어려움을 겪는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를 적극 지원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고, 7000억 달러 넘게 보유 중인 대외순자산의 해외 투자 속도를 늦추거나 국내 투자로 '유턴'을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로서는 가능한 대책을 다 동원하는 셈이지만 문제는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는 국내외 요인을 모두 반영하고 있는데 당분간 환율 방향성이 급격하게 달라질 가능성이 낮다"면서 "원·달러 추가 상승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응 수단으로 통화 스와프가 거론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외환시장 안정 방안에는 한·미 통화 스와프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이 포함돼 있다"면서 "연준도 유동성 문제를 모니터링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서는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총재가 말했듯이 정보 교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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