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매각] 수십년 반복된 산은 M&A 잔혹사...금호·동부·STX 등 혈세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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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09-2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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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조원 이상 투입한 STX조선해양, 2500억 매각

  • 국회 "수조원 투입하고도 회수율은 20%대" 지적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정책금융 역할을 주도해온 산업은행은 지난 몇 년간 기업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조원을 투입하고도 회수율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래서 비대해진 산업은행의 기능을 쪼개 역할을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그동안 기업 매각에 성공한 경우 투입된 자금 대비 매각 가격이 낮은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STX조선해양(현 케이조선)의 경우 정부와 산업은행 등이 4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2020년 11월 유암코-KHI인베스트먼트에 2500억원에 매각됐다. 산업은행이 2조2300억원을 투입한 금호타이어는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에 6500억원에 인수됐다. 1조8600억원이 투입된 동부제철은 KG그룹에 3600억원에 매각됐다.
 
대우건설을 중흥건설에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헐값 논란이 나왔다. 당시 산업은행 자회사이자 대우건설 최대주주였던 KDB인베스트먼트는 작년 7월에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중흥건설에 매각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본입찰 과정에서 2조3000억원을 제시한 중흥건설이 돌연 2조1000억원을 제시했고, 산업은행은 이를 받아들였다. 산업은행이 2017년 대우건설을 매각하려다가 실패한 당시의 매각가인 1조6000억원보다는 올랐다는 입장이지만,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에 3조2000억원을 투입한 점을 고려하면 낮은 수준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구조조정을 진행한 기업 49곳의 지원총액 대비 회수율은 23.6%였다. 이 기간에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지원한 총액은 6조375억원으로, 이 중 1조4257억원만 회수했다. 산업은행은 HMM에 투입한 3조원, KDB생명에 투입한 1조2000억원도 아직 회수하지 못한 상황이다. 

헐값 논란이 나올 때마다 산업은행은 ‘손실 최소화’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해왔다. 대우조선의 경우 지난해 1조7000억원, 올해 상반기에 6000억원대 적자를 냈다. 이번에 대우조선을 3조5000억원의 손실을 보면서 한화그룹에 매각하려는 것도 시간을 끌어봤자 손실만 눈덩이처럼 쌓일 것을 우려해서다.
 
공적자금 회수율이 낮은 데다, 구조조정도 지지부진하자 역할을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이 개최한 ‘정책금융의 문제점과 혁신과제’ 토론회에선 산업은행의 중소기업 금융지원부문과 신용보증기금, 한국벤처투자 등을 모아 지주회사 형태의 ‘중소기업 정책금융공사’를 설립하는 안이 제시됐다.
 
또한 산업은행이 상업금융에서 손을 떼거나 이 부문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산업은행 민영화가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소신을 가지고 추진한 것인데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산업은행 민영화와 정책금융공사 설립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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