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 추진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대폭 손질하면서 도심 민간 공급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편안으로 1주택 장기보유자의 재건축부담금 의무가 상당 부분 완화돼 긍정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동시에 나온다.
29일 국토교통부는 재초환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2006년 재초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집값 상승 등 시장 상황이 크게 변하였음에도 과거 기준이 그대로 적용돼 주택공급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도심 공급이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다수 발생했다"면서 "이번 개편을 계기로 도심 주택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재건축부담금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도입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행이 한차례 유예된 뒤 2016년 부활했다. 2018년부터 각 지자체가 조합에 예정 부담금을 통지했지만, 아직 실제로 부담금을 납부한 단지는 없다. 그 때문에 시장에서는 실체도 없는 '유령 세금'이 도심권 공급을 다 막는다는 비난을 받았다.
특히 서울 강남권에서는 가구당 부담금이 수억 원에 달하는 단지가 속출했다. 실제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이 재초환 부담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가구당 부담금이 7억7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동구 성수동 장미아파트와 서초구 반포동 반포3주구도 가구당 부담금이 각각 4억7700만원, 4억원에 달했다.
이촌동 한강맨션 근처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민들이 역대급 재초환 금액을 통보받고 한동안 '멘붕'에 빠졌었다"면서 "이번 대책으로 상당 부분 부담이 완화돼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전국 84개 단지에 부과되는 재초환 부담금이 1가구당 98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약 51% 경감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은 평균 부담금이 2억3900만원에서 1억4600만원으로 39% 줄고, 경기·인천 등도 부담금이 7600만원에서 2900만원으로 62% 감소한다. 지방은 25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84%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A단지의 경우 기존에 통보된 재초환 부담금은 2억8000만원이지만 이번 개편안을 통해 납부액이 7400만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1주택 장기보유 감면에 따라 10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최종 납부액이 4000만원으로 최대 86%까지 줄어든다. 강북 B단지도 재초환 부담금이 당초 1억8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최대 78% 감면된다. 1주택 장기보유 감면혜택까지 합산한 결과다.
시장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부담을 다소 완화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시장을 정상화하기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민간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주택가격 하방압력이 장기화되는 만큼 '완화'보다는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여의도 A단지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재초환은 불공정한 세금이기 때문에 단순 완화 방침으로는 정부가 기대하는 공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이정도 조치로는 거래 활성화라는 소기의 목적 달성도 어렵다. 완전히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게 맞다"고 말했다.
서울 목동 5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목동의 경우 장기보유자가 많아 특히 1주택 장기보유자 감면 혜택에 환호하는 분위기"라면서 "다만 이번 정부 출범 후 재건축에 대한 희망고문이 도를 넘어선 상황이라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근처 공인중개업자는 "재초환부담금은 금액에 대한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불가능하다는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시장 상황이 워낙 안좋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재건축 활성화에는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장기적으로는 재초환 폐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초환은 본래 재건축을 억제하고자 태생된 제도기 때문에 민간정비사업을 활성화시켜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취지를 고려하면 시대 상황과 맞지 않는 정책"이라면서 "지금은 재초환의 폐지까지 염두한 제도개선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초환 부과율은 완화됐지만 최대 50%란 부과율은 양도소득세 최고세율(45%), 도시개발사업 개발부담금(25%)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재건축 아파트를 중간에 매입한 경우 부담금을 실현이익이 아닌 평가이익 기준으로 산정하는 만큼 세율에 대한 적정성, 불합리하다는 비판은 계속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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