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대표적인 취약차주로 불리는 다중채무자와 변동금리 차주들에게 빨간불이 켜졌다. 예상보다 빠른 국내외 통화 긴축으로 대출금리가 계속 뛰면 이미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최대한 끌어 써 더 빌릴 곳도 없는 다중채무자와 같은 취약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결국 경제·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3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41만4964명으로 지난해 말(28만6839명)과 비교해 불과 6개월 사이 44.7%나 늘었다. 같은 기간 이들 다중채무자의 대출액도 162조원에서 195조원으로 20.3% 증가했다.
일반 가계 다중채무자도 451만명을 넘어섰다. 6개월 새 1.8% 늘어난 셈이다. 가계대출 다중채무자 1명은 평균 1억3248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다중채무는 대출자 수와 대출액 기준으로 각 22.6%, 31.9%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22.2%, 32.0%)과 비교해 다중채무자 비중은 0.4%포인트 커졌다.
급격한 대출 금리 인상에 취약한 변동금리 차주들도 위험 대상 중 하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7월 중 은행이 신규 취급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82.3%로 예년(2017~21년) 평균(66.2%)을 크게 웃돌았다. 변동금리 가계대출 비중은 7월 중 잔액 기준으로도 78.4%를 나타내 예년 평균(68.5%)을 한참 넘어섰다. 대출종류별로 보면 가계대출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7월 중 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51.1%, 신용대출은 91.6%가 변동금리로 파악됐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금리가 0.50%포인트 오르고 금융지원까지 종료될 경우, 자영업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평균 2.0%포인트 높아진다. 특히 소득 하위 30%에 속하는 자영업자의 DSR는 평균 3.5%포인트나 뛸 것으로 우려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2금융권 취약 차주 리스크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기간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수준과 자산시장 호조에 맞물려 개인들이 2금융권에서 적극적으로 레버리지를 활용한 결과 가계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축은행과 캐피털사의 취약차주(다중채무·저신용자) 규모와 비중은 각각 10~15조원, 15~20% 수준이다. 5명 가운데 1명이 부실위험에 노출돼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고신용자보다 중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금융기관일수록 부실위험에 더욱 노출되는 만큼 부실은 가장 취약한 곳부터 발생한다"면서 "은행, 상호금융, 보험사보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가 금리수준이 월등히 높은데다 연체율 또한 높게 형성되어 있어 주의를 요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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