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국내에 코로나19가 발현된 이후 처음으로 면세점 이용객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2년 7개월여 만에 100만명 회복은 면세점 회복의 신호탄으로 해석되며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고환율 현상 장기화는 변수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5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면세점 이용객 수는 전월 대비 약 7.1% 늘어난 103만5773명을 기록했다.
면세점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 수가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로 외국인 고객은 14만5863명으로 전월 대비 8.5% 증가했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직후인 지난 5월(8만8957명)보다 무려 64% 급증했다.
고객이 늘면서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8월 국내 면세점 총매출액은 1조5700억원으로 전월 대비 약 25.6% 급증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은 28.1% 늘어난 1조4307억원인 반면 내국인 매출은 1393억원으로 6.6% 신장하는 데 그쳤다. 내국인 고객 수도 올 5월 77만8270명에서 8월 88만9910명으로 3개월간 14.3% 늘었다. 외국인 고객 증가세에 비하면 거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하반기 실적 상승의 최대 변수는 고환율 현상이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섰으며 최근에는 1440원대를 웃돌았다. 국내 면세점의 통화 기준은 달러가 원칙이다. 면세점은 전날 환율을 적용해 당일 판매 가격을 결정하는데, 환율이 오를수록 물품 가격도 오르는 구조다. 환율이 오르면 달러를 쓰는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국적의 외국인들은 면세점을 찾는 발길이 뜸해질 수밖에 없다.
그간 면세업계는 동남아 단체 관광을 잇달아 유치하며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를 외국인 개별 관광객으로 변화를 꾀했다. 다만 동남아 고객 객단가가 중국 관광객 대비 10분의 1 수준밖에 안 되다 보니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이마저도 상실한다면 실적 개선 여지는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이에 면세업계는 환율 보상정책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환율 보상책은 환율이 일정 기준 이상 초과하면 구매 금액에 따라 환율 인상분을 보상해주는 정책이다. 신라면세점은 지난달 30일 기존 환율 보상 이벤트에 추가로 혜택을 얹는 '프로모션'을 발표했다. 다음 달 14일까지 당일 면세 환율이 1400원 이상이면 구매금액에 대해 최대 7%에 달하는 '환율 보상 혜택'을 추가로 제공한다는 것이 이번 이벤트의 핵심이다. 이로써 환율 보상 혜택은 구매금액의 최대 14%까지 늘어나게 됐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4월부터 환율 보상 행사를 진행하며 고객 발길을 붙잡고 있다. 여기에 롯데면세점은 엔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는 점을 고려해 전날 해외직구 온라인몰인 'LDF BUY'에 일본직구관을 열고 활로 찾기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면세점을 찾지 않는 것이 업계에선 가장 큰 걱정"이라며 "이를 고려해 환율 보상 이벤트, 해외직구몰 오픈 등으로 실적 반등을 꾀하고 있다. 향후에도 고환율 현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실적 상승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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