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가 준공영제 버스회사를 연이어 인수하자, 준공영제 지원금이 사모펀드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사전 협의’ 외엔 특별한 제재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6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서울시와 인천시·대전시·제주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4개 시 · 도 버스회사 중 16곳의 버스회사를 사모펀드가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이들 버스에 지원된 준공영제 재정지원금은 1564억원에 달했다. 이 사모펀드의 임원들은 맥쿼리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준공영제 재정지원금은 지자체가 민간운수업체를 지원하는 돈으로, 민간이 서비스를 공급하는 형태는 유지하되 운영체계는 공익성을 강화하는 목적을 가진다.
하지만 유 의원은 사모펀드가 잇달아 버스회사를 지배하면서 준공영제 재정지원금을 야금야금 챙기는 문제에 더해 부동산 개발 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모펀드의 지배력 아래 있는 버스회사들이 지방자치단체들이 확대하고 있는 공영차고지를 활용, 기존에 쓰던 차고지를 매각하고 공영차고지로 이전하고 있다. 결국 기존 차고지를 개발해 부동산 개발 차익까지 노릴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인천의 모 버스회사는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 차고지를 57억원에 매각하고 52억원을 펀드에 배당했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가 버스회사를 인수·합병할 경우 영세한 버스 업계의 구조조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례는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또 사모펀드가 다수의 버스회사를 지배하면, 그에 따른 버스회사 직원의 임금 교섭력도 커져, 시민 불편이 가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사모펀드의 버스회사 인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현재로선 “마땅한 게 없다”는 게 유 의원 측 답변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각 지자체에 ‘버스 준공영제 도입 및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을 뿐이다.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에는 “운송업체의 최대 주주 혹은 경영진이 지분을 매도하고자 하는 경우는 관할관청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만 포함됐다. 이후에도 사모펀드의 버스회사 인수는 계속되고 있다.
유 의원은 “사모펀드 버스회사가 지자체를 상대로 파업이나 노선 조정을 요구한다면 시민들의 발이 인질이 될 것”이라며 “국토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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