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국정감사에서 여야 간의 정치적 공방이 지속됐다. 당초 예상됐던 ICT 현안에 관한 논의는 실종되고, 사실상 여야 위원들 간의 언쟁과 고성만이 남았다.
6일 국회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과방위)의 방통위 국감은 한상혁 위원장의 거취 문제와 'MBC 자막'과 관련한 여야 간의 공방으로 이어졌다.
◆다시 불거진 '한상혁 사퇴' 압박…輿野 고성 오가
국민의힘 추천으로 선임된 김효재 방통위 상임위원 역시 이에 동조했다. 김 위원은 "방통위원장은 두 개의 법적인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라며 "하나는 독립된 기관으로서의 임기 보장이고 다른 하나는 집권 여당이 안정적으로 방통위를 운영하라는 명령인데, (이런 점에서) 방통위원장이 끝까지 남아 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한상혁 위원장이 전임 정부에서 선임된 인사이기에 중도 사퇴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상혁 위원장은 내년 7월까지 보장된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날 국민의힘 측에서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국민의힘은 지난 2020년 방통위가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점수를 낮게 책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이 최근 이와 관련해 방통위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고, 관련 감사자료를 검찰에 넘기면서 서울북부지검이 지난달 경기 과천시 방통위 청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표적 감사'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윤석열 정부를 지원하고 한상혁 위원장을 물러나도록 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이 '망나니 칼춤'을 추듯이 모든 권력과 힘을 동원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한 위원장에게 질의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방통위원들의 임기를 법에 보장한 것은 방통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서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과 법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중도 사퇴는 없다는 의지를 재차 나타낸 셈이다.
여야 간 말싸움도 오갔다. 박성중 의원이 한 위원장에게 "너무 자리에 연연한다고, 소신 없고 비굴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느냐"라고 직접적으로 한 위원장을 저격했다. 그러자 야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지 말라"며 맞받았다. 이어 발언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무리 국감장이라지만 말이 아닌 말에 대해서는 강하게 항의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박 의원은 "동료 의원에게 말이 아닌 말이라니, 사과하라"라고 쏘아붙였다.
◆尹 대통령 비속어 논란까지…정책 질의는 '가물에 콩나듯'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당시 발언과 관련한 MBC 보도를 놓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힘의 대응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이어갔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임에도 MBC가 자막으로 내용을 조작했다고 날을 세웠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MBC가 자막에 '바이든'을 넣었다는 점을 문제삼으며 "방송은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해 정확하고 완전한 취재·보도를 지향해야 하고, 방송기자연합회 강령에도 적시됐는데 MBC 보도에서는 그 대부분이 위반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자막 사건'은 언론 자유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이 지키겠다고 선언한 최소한의 강령과 취재보도 준칙도 지키지 않은 방종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성중 의원은 한 술 더 떠 MBC를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의 발음을 분석한 영상을 틀며 윤 대통령이 분명히 '바이든'으로 발음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실은 음성 분석 전문가들도 해석이 어렵다고 하는데 국민적 상식과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MBC 외 다른 방송사들도 다 똑같이 방송했는데 유독 MBC만 문제삼는 것은 MBC를 본보기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통령실에서 MBC에 보낸 공문 내용이 지나치게 강압적이라고 주장하며 "대통령실이 언론을 검열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치적 쟁점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다 보니 ICT 관련 정책 질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망 사용료 문제, 인앱결제 수수료 문제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반증인 출석이 불발된 데다가 정치적 현안까지 겹치면서 이날 국감에서는 여야 간 대립 구도만이 부각됐다는 지적이다.
망 사용료 문제와 관련해서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트위치가 최근 화질 저하 조치를 했는데, 만일 유튜브도 화질 저하를 할 경우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 있느냐"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한상혁 위원장은 "유튜브 건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문제"라면서도 "트위치의 경우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는지, 금지행위에 해당하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콘텐츠사업자(CP)들도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과 같은 기금 조성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글로벌 CP들을 대상으로 국내 콘텐츠 생태계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원칙적으로는 공감한다"라면서도 "사업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어, 입법 전에 정책 수용 가능성이 있느냐, 산업에 끼칠 영향이 있느냐를 봐야 한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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