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혹한기 역설] 버티거나 매각하거나…M&A 스타트업 면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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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입력 2022-10-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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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 혹한기에 스타트업 몸값 '뚝뚝'

  • 현금부자 스타트업, '알짜' 기업 노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 업계가 투자 혹한기를 겪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 틈을 타 ‘알짜’ 스타트업 인수를 노리고 있다. 향후 경기 회복 시 진가를 발휘할 기업들을 비교적 싼 가격에 사들인다는 전략이다.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냉각된 상황에서 스타트업 럽계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기존 투자금을 바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 버티거나 다른 기업과 인수합병(M&A)하는 것이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스타트업 왓챠는 2년 연속 완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후속 투자 유치에 실패하자 구조조정과 경영권 매각 작업까지 진행 중이다.
 
왓챠는 지난해 투자 유치에서 기업가치를 약 3380억원으로 인정받았다. 올해 초만 해도 5000억원 이상 기업가치로 투자 유치를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번번이 투자 유치에 성공하지 못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매각가로 1500억~1600억원이 거론되고 있다.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를 내세워 주목을 받았던 오늘회 운영사 오늘식탁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며 자금난을 겪다 결국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지난달 1일 서비스 중단과 함께 공지사항을 통해 조직과 재무구조 전환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각을 추진 중이다.
 
투자가 얼어붙으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던 스타트업 몸값도 하락 중이다. 명품 커머스 플랫폼인 발란은 시리즈C 투자 유치에서 고전 중이다. 최초 투자자들에게 기업가치 8000억원을 제시했지만 최근 3000억원 수준 이하로 대폭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투자 유치 때보다 기업가치가 낮아진 스타트업도 있다. 1세대 비디오 커머스 기업인 블랭크코퍼레이션은 2017년 첫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 700억원을 인정받았다. 2018년 벤처투자(VC)업계에서 평가한 기업가치는 3000억원에 달했다. 최근엔 분위기가 반전됐다. 블랭크가 지난달 호텔롯데과 네이버 크림에서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1000억원대에 불과했다.
 

[그래픽=아주경제]

◆ 1~9월 스타트업 M&A 98건···절반 이상은 스타트업 간 인수
이런 분위기에 자금 여유가 있는 스타트업들이 싼값에 스타트업을 사들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10일 스타트업 민관 협력 네트워크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스타트업 M&A는 총 98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스타트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한 사례였다. 돈줄이 말라 위기에 처한 스타트업과 현금 흐름이 양호한 스타트업의 사업 확장 욕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세금신고·환급 도움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는 최근 아르바이트 급여·일정관리 애플리케이션(앱) ‘하우머치’ 운영사 두들팩토리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는 택스테크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가 하반기 출시 예정인 긱워커(초단기 근로자) 전문 일자리 연결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한 일환으로 추진됐다. 올 3월에는 영상통화 앱 스타트업 스무디를 품었다. 거래 규모는 100억원 미만으로 추정된다.
 
로봇·사물인터넷(IoT) 스타트업 럭스로보는 안드로이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하드웨어(HW) 기업 큐버와 로봇개발 전문기업 한국하이액트지능기술을 동시에 인수했다. 배달 대행 플랫폼 바로고는 정보기술(IT) 정보 보안 전문기업 ‘드로닉스’를 사들였다. 정보보안 수준을 끌어올려 고도화되는 보안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서비스 로봇 스타트업인 라운지랩도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인 오우야를 갖고 있는 엠비치오넴을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가 급랭하면서 현금 흐름이 양호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M&A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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