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 구조로 인해 고속철도차량(KTX) 도입가격이 6년 새 49%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은 현대로템과 2016년 2688억원(84량), 2021년 3877억원(84량)의 KTX-이음(EMU-260, 이하 이음260)차량 계약을 맺었다.
동일한 수량에 동일한 차량이었지만 계약금액은 총 1189억원, 한 량당 14억1500만원의 차이가 났다. 5년 만에 차량 가격이 43%나 뛰어 오른 것이다.
국제입찰 논란으로 아직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지만 올해 7월 코레일이 사전규격 공개한 KTX-이음(EMU-320, 이하 이음320) 136량의 현대로템 견적가격도 한 량당 56억원에 달한다. 2016년 동일한 종류의 이음320 차량이 한 량당 36억9000만원에 계약 체결된 것과 비교하면 6년새 한 량당 18억원(49%)이 상승했다.
코레일은 이 136량 계약에 대해 당초 수원·인천발 16량은 지난해 발주하고, 평택·오송간 120량을 올해 발주할 계획이었으나 현대로템의 요구로 두 계약을 묶어 구매를 추진했다. 현대로템이 수원·인천발 16량의 견적가격을 한 량당 70억 7000만원을 제시해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6년과 동일 차량 계약과 비교하면 한 량당 33억7600만원(91.6%)을 더 부른 것이다.
이러한 가격 상승의 요인은 고속철도시장이 폐쇄적인데다, 사실상 현대로템의 독점체제에 있기 때문이라고 최 의원은 지적했다.
실제로 KTX열차 도입 비용은 신설된 노선차량 구입의 경우 정부가 예산으로 50% 지원을 하고, 코레일의 운행 증량 수요에 따른 구입은 코레일이 100% 부담한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업체의 가격 상승 압박이 세금의 추가투입과 코레일의 만성적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현대로템은 납기 지연도 잦았다. 코레일과 2005년 이후 맺은 총 8건의 계약 중 절반인 4건에서 지연 납품이 발생했다. 납품 지연기간은 평균 6개월로 최장 8개월까지 납품지연된 사례도 있었다.
현대로템이 코레일에 지급한 지체보상금만 1794억원이었다. 지체보상금이 있다고는 하지만, 도입이 지체될수록 코레일의 운영손실이 발생하고 지체보상금이 업체의 견적가격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부작용들에도 불구하고 현대로템은 시장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본인들에게 유리한 입찰자격제한 관철, 담합 자진신고 등 후발주자들에 대해 과도한 견제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인호 의원은 “KTX열차시장의 독점체제로 인해 도입가격의 상승은 물론, 납기지연, 담합 등 여러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토부와 코레일이 열차도입시장의 건전한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중견·중소기업 등 후발주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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