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남았다'던 英 중앙은행, 채권 매입 연장 '만지작'…글로벌 금융 불안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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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10-1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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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영국 중앙은행 잉글랜드은행(BOE)의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일 요동치는 속에서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방향을 못 잡고 있다. 채권 매입 개입 연장 여부를 두고 말을 바꾸며 시장 혼란을 가중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속에서 BOE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봤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BOE가 은행들에 비상 채권 매입 개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비공개적으로 밝혔다고 보도했다.
 
BOE는 지난 9월 28일 영국 정부의 감세 조치가 촉발한 금융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오는 10월 14일까지 하루 50억 파운드씩 총 650억 파운드 규모의 장기 국채를 매입하기로 했다.
 
매체는 익명의 소식통 3명을 인용해 BOE가 시장이 요구할 경우 오는 14일 이후로 개입을 연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일부 은행에 알렸다고 전했다. 한 은행가는 “(BOE가) 부채연계투자(LDI) 매니저들이 고객들의 마진콜을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며 “BOE 관계자들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연장할지는 오는 13일이나 14일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FT에 말했다.
 
앞서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는 이날 국제금융연구소가 주최한 행사에서 “14일로 국채 매입이 끝난다. 연기금에는 3일이 남았다”며 개입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못 박았다. 채권 매입과 금리인상이 충돌한다는 것이다. 이런 발언이 전해진 뒤 파운드화 가치는 1파운드당 1.10달러 아래로 떨어지고,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0.14%포인트 오른 4.83%까지 치솟았다.
 
앤드류 총재와 FT의 보도가 상반되는 것으로, BOE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BOE는 10~11일 이틀 연속 장기 국채 하루 매입 규모를 100억 파운드로 늘리고, 연기금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물가연동채도 매입하기로 했다. 이러한 추가 조치를 잇달아 발표했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안이 여전한 점에 비춰 전문가들은 BOE가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봤다.
 
RBC 캐피털마켓츠의 이코노미스트인 피터 샤프릭은 길트(영국 국채) 시장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양적긴축(QT) 계획을 연기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금 업계는 그간 추가 충격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보강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며 BOE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이 영국 재무부가 중기재정전망을 발표하는 10월 31일까지는 연장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영국의 금융위기가 월가를 강타할 것이란 위기감도 고조된다. 궁지에 몰린 영국 연기금이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등 자산을 대거 매도하면서 해당 상품의 가격이 급락하고 있어서다. CLO는 차입매수 거래를 뒷받침하는 대출의 약 60%를 매수하기 때문에 월가의 차입매수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영국의 불안한 금융시장이 경기침체의 한 사례일 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탈리아 등 유럽 다수 국가의 금융 상황이 불안정한 점에 비춰 어느 곳에서 어느 날 갑자기 위기가 돌출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더구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은 금융·실물시장 모두를 옥죄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크레디트스위스가 2024년께 최대 80억 달러의 자본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미국의 대표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수천 명에 달하는 대량 해고를 계획하고 있는 등 비용 증가와 수요 위축에 직면한 기업들이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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