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7차 전체회의(7중전회) 공보(公報)가 12일 오후 8시 발표됐다. 중앙위원회는 중국공산당의 중심 조직이다. 지난 9일 개회해서 12일까지 나흘간 열린 이번 7중전회에는 정위원 119명, 후보위원 159명 등 모두 278명의 중앙위원들이 참석했다. 중앙위원들의 임기는 5년이며 이번 7중전회에 참석한 중앙위원들은 지난 2017년 10월에 개최된 제19차 당대회(전국대표대회)에서 선출된 중앙위원들이다. 중앙위원들은 5년 임기 동안 대체로 7차례의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중전회)를 개최한다. 이번 19기 7중전회에 참석한 중앙위원들은 이번이 마지막인 회의에서 오는 16일 개최될 20차 당대회의 기조(基調)를 정해주고 임기를 마치게 된다. 19기 중앙위원들은 20차 당대회의 기본 흐름을 담은 ‘공보(公報)’를 발표하고 중국공산당 운영의 바통을 오는 16일 개최되는 20차 당대회에서 선출될 300명 안팎의 20기 중앙위원들에게 넘겨주게 된다.
중국공산당의 회의 방식은 회의가 개최되면 토론을 벌여 결론을 도출하는 우리의 정치문화와는 사뭇 다르다. 회의 개최 이전에 물밑 회의와 모임을 통해 결론을 만들어놓고, 결론이 만들어져야 회의를 개최하는 형식이다. 이른바 ‘민주집중제’에 따른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19기 7중전회의 회의 결론을 담은 7중전회 공보에는 오는 16일 개막될 20차 당대회의 흐름을 미리 읽어볼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 담겼다고 볼 수 있다.
12일 오후 8시(중국시간 오후 7시) 중국관영 신화통신과 중앙TV를 통해 발표된 7중전회 공보는 중국공산당이 16일 개막되는 20차 당대회에서 내릴 두 가지 중요한 결정의 내용을 미리 짚어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첫째는 시진핑(習近平) 당총서기의 3연임이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그럴 것이다”는 결론을 시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둘째는 중국이 지난 40년 동안 유지해온 덩샤오핑(鄧小平)식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이 유지될 것인가 하는 데 대해서도 “대체로 그럴 것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진핑이 지난 5년간 시도해온 중국경제의 ‘좌향좌(左向左)’, 즉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사회주의로 복귀시키는 흐름은 어느 정도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시진핑의 당총서기 3연임이 이루어질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두 개의 확립(兩個確立)”과 “두 개의 옹호(兩個維護)”가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7중전회 공보는 “당은 시진핑 동지를 당 중앙의 핵심이자, 전체 당의 핵심이라는 지위라는 방침을 확립해야 하며,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의 영도적 지위를 확립해야 한다”고 명확히 밝혀놓았다. “전체 당원들은 ‘두 개의 확립’의 결정적 의의를 심각하게 깨달아야 한다”고 촉구하는 표현도 붙여놓았다. ‘두 개의 옹호’에 대해서는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 주위로 보다 긴밀하게 단결하고,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를 전면적으로 관철해서,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단결분투를 전면적으로 추진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개의 확립’과 ‘두 개의 옹호’는 지난해 11월에 개최된 제9기 6차 중앙위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채택된 ‘역사 결의’를 통해 채택된 방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7중전회 공보는 시진핑이 당총서기와 함께 현재 보유하고 있는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 세 개의 자리에도 모두 3연임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시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7중전회가 개막한 다음날인 10일 “시진핑은 마오쩌둥이 두 번째로 온 것(Xi Jinping is the second coming of Mao Zedong)”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오피니온 페이지에 커다랗게 실었다. 이 기고에서 중국경제 전문가인 피터 코이(Peter Coy)는 “시진핑은 16일 개막되는 20차 당대회에서 당총서기직 3연임을 달성하고, 나머지 두 자리인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모두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당대회를 통해 결정되는 것은 당총서기와 당 중앙군사위 주석직 3연임일 뿐,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국가주석과 행정부의 군 통수권을 쥐고 있는 국가중앙군사위 주석 자리의 3연임은 내년 3 월5일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 때 가서야 확정되는 것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최고지도자 선출 방식이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미지수로 남겨둘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번 당 대회에서 시진핑의 당 총서기 3연임이 확정된 이후 중국의 경제시스템은 시진핑이 지난 5년간 해온 것처럼 민간부문보다 국영 부문을 계속 강화해나가게 될까. 덩샤오핑과 그의 후계자들인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두 명의 전임 당 총서기가 지난 1989년부터 2012년까지 30여 년간 구축해놓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버리고 국영 부문을 강화해서 사회주의 시스템으로 되돌아가는 좌향좌를 하게 될까. 7중전회 공보를 보면 그에 대한 대답은 ‘아닌 듯하다’는 쪽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7중전회 공보가 시진핑이 이끌어온 지난 5년간을 회고하면서 “19차 당 대회 이후 지난 5년간은 극히 심상(尋常)치 않은 5년이었으며, 극히 불평범한 5년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위대한 기치를 높이 들고, ‘마르크스 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장쩌민의 중요사상인 ‘3개 대표이론’과 후진타오 총서기의 과학발전관을 견지하는 가운데 시진핑의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전면적으로 관철해나가자”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샤오캉(小康) 사회의 건설을 전면적으로 추진해나가자”고 요구했다. 특히 “샤오캉(小康) 사회의 건설”은 1980년대에 덩샤오핑이 제시하고, 장쩌민과 후진타오 두 총서기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전략적 정책 목표였다. 이 흐름은 시진핑이 지난 1년간 강조해온 ‘공동부유(共同富裕)’라는 구호가 이번 7중전회 공보에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시진핑이 당 총서기 3연임 달성이라는 정치적 목표지점에는 도달 가능하지만, 지난 40년간 추진되어온 사회주의에 자본주의를 결합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넘어 ‘공동부유’라는 사회주의적 구호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가던 발걸음은 멈추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7중전회 공보에서는 지난 2020년 1월 이래 중국에 확산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시진핑 특유의 방역 정책인 ‘제로 방역(動態淸零)’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방역정책에 대한 반대 주장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이번 7중전회 공보는 특히 대외정책 면에서 그동안 시진핑이 주장해오던 ‘인류 운명 공동체’ 같은 구호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가 하면, 그동안 중국 관영 미디어들이 통용어로 만들어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행동’이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이라는 표현 대신 “우크라이나 위기가 가져온 위험과 도전”이라는 표현을 채택했다. 대외 전략적인 측면에서 미국과의 대결을 전제로 하는 “중국 특색의 대국 외교를 적극 추진한다”는 표현은 들어갔지만, 미국이라는 국명은 어디에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중국의 대미 외교의 방향을 잘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의 3연임이 이뤄지더라도 중국공산당이 이끄는 중국 권력구조에서 리더십의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본인은 3연임을 하지만 중국공산당 권력 구조의 상층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인과 정치국원 25명의 물갈이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해야 중국 인민들에게 변화의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특히 공동부유를 언급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40여 년간 추진해온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강조한 7중전회의 공보는 시진핑 체제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 유지의 보루로 여겨져오던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정치적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주목하게 하는 흐름을 담고 있다. 1955년생으로 올해 67세라 덩샤오핑 시대 중국공산당 내의 내부 합의이던 ‘칠상팔하(七上八下)’에 저촉이 되지 않는 리커창 총리가 상무위원직을 유지하면서 중국공산당 내 권력 서열 3위로 평가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 중국 정치에서 시진핑과 리커창이 주도하는 시리(習李)의 갈등구조는 앞으로 5년간 연장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럴 경우 다음의 총리로 리창(李强) 상하이 당 위원회 서기로 대표되는 시진핑 인맥이 선택될 것인지, 아니면 시진핑의 전임자 후진타오 계열의 후춘화(胡春華)나 현재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왕양(汪洋)이 선택될지도 당 대회 이후 지켜보아야 할 대목이다.
[미니박스]
중국공산당 당 규약 개정
중국공산당이 중심인 중국 정치는 헌법보다 당규약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20차 당 대회 기간에 이뤄질 당규약 개정의 주요 내용은 시진핑 3연임을 넘어 이후까지도 보장할 ‘두 개의 확립(兩個確立)’과 ‘두 개의 옹호(兩個維護)’에 대한 당규약 삽입이 주요 내용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중국공산당원들의 진급 아니면 퇴임이던 인사 원칙을 바꾸어 직급과 직위 강등도 가능하게 할 ‘능상능하(能上能下)’가 당규약에 삽입될 것인지도 관찰 포인트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현 최종현 학술원 자문위원 ▲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 호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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