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新상권] 로드숍 줄폐점에 명동·가로수길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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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2-10-1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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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동 가로수길 상권. [사진=상가정보연구소] 


명동과 가로수길 상권은 코로나19에 무너졌다. 명동은 공실률이 50%를 넘어섰다. 상가 절반이 비어 있는 셈이다. 과거 패션뷰티, 외식 분야 등 유통 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했던 명동과 가로수길은 국내 대표 상권이었으나 이제는 '핫플레이스'란 단어를 붙이는 것조차 어색하다.

명동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뷰티 1번지'로 불렸다. 화장품 로드숍이 한 집 건너 있을 정도로 국내외 뷰티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상권이었다. 수년간 K-뷰티숍들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 '쇼핑 필수코스'로 인식되며 큰 호황을 누렸다. 

단적으로 서울 상업용 공시지가 1위인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은 보증금이 10억원대 월임대료만 억대지만 수년째 운영할 만큼 매출이 높았다. 해당 점포는 2004년부터 올해까지 19년째 서울에서 가장 비싼 땅값을 기록했다. 공시지가는 ㎡당 1억8900만원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주요 고객층이던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화장품 로드숍들은 명동 점포를 접거나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1750만명이었던 외국인 관광객은 2020년 250만명으로 줄더니 지난해 96만명으로 급감했다. 

명동 상권 공실 중 절반 이상인 56%가량이 화장품 로드숍이다. 아모레퍼시픽 에뛰드는 작년 10월 명동점 플래그십 스토어 문을 닫았으며, 네이처리퍼블릭도 명동에 운영 중인 2개 매장을 지난해 3월부터 영업을 중단했다가 1년 6개월 만인 지난 6월 운영을 재개하기도 했다.  

또 의류 매장이 10.3%, 패션잡화가 5.6%까지 감소하는 등 패션 상권으로서 입지도 축소됐다. 회복 속도도 가장 더디다. 지하철 하차 인원이 2019년 6월 125만명에서 올해는 61만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고 지난 1분기 소매업 매출은 전년 대비 8.2% 감소했다.

다만 최근 명동은 이전과 현저히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부 대형 맛집만 활기가 넘치고 로드숍 매장 대신 대형 플래그십 매장 중심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올해 4월엔 애플코리아가 최대 규모 애플스토어를 명동에 열었다. 명동 중심 상권이 아닌 대로변에 입점하면서 명동 상권 입지에도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뷰티에 집중됐던 상권도 스포츠웨어가 빠르게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지난해엔 나이키와 아이더가 각각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으며 연내에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추가 입점할 예정이다. 

가로수길 상권도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었다. ​세 집 건너 한 집이 빈 상가로 남아 있다. 명동처럼 타깃층이 외국인 관광객이다 보니 공실률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여기에 임대료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공실이 더 늘었다. 올 상반기 가로수길에서 발생한 매출도 전년 대비 11.4% 감소했다.   

개성 있는 편집숍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한 가로수길(28.7%)은 주변 강남 상권(강남 22.9%, 청담 14%)에 비해 높은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떠난 자리에 대기업과 글로벌 브랜드가 입점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낳은 폐해다. 가로수길 고유 색채를 잃으면서 내국인 발길도 뜸해졌다. 

가로수길은 올 들어 재기를 위한 몸부림이 한창이다. 지난 7월 아미 매장 입점에 앞서 ‘메종키츠네’ ‘아르켓’ ‘딥티크’ ‘탬버린즈’ 같은 패션·화장품 업체들이 잇따라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면서다. 최근엔 코오롱FnC 골프 의류 ‘왁’도 헬로키티와 협업한 임시 매장을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명동과 가로수길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했던 상권이라 침체는 불가피하다. 특히 명동은 중국인 관광객이 주 타깃층이었던 만큼 회복 속도는 다른 상권에 비해 더딜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패션·화장품 업체들이 가로수길에 다시 매장을 잇달아 내면서 공실률이 하락하고 있지만 비싼 임차료 때문에 디저트 매장 등을 운영하는 영세 사업자들이 인근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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