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70% 이상이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아파트라는 거대한 플랫폼에 다양한 콘텐츠를 유통시키면 공간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각종 사회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요. 수영, 골프, 사우나 등 단순 취미부터 보육, 사회초년생 취업, 은퇴 후 재교육에 이르기까지 커뮤니티에서 안 되는 게 없게 하겠습니다."
이상무 에스엘플랫폼(SLP) 대표는 최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아파트가 '그들만의 성'으로 전락하면 사회적·문화적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없고, 이는 경제적·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며 "아파트라면 물리적으로 반드시 갖춰야 하는 '주민공동공간'을 어떻게 하면 삶의 질도 높이고 경제적 효과도 창출하는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사업의 시작이자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공간의 가치가 집의 가치 끌어올릴 것"···아파트로 '더 나은 사회'에 기여
SLP는 국내 최대 라이프스타일 프롭테크 기업으로, 주거플랫폼 서비스 기업인 쏘시오리빙과 신영그룹 계열사인 신영자산관리가 지난 6월 합병해 탄생했다. 쏘시오리빙은 아파트 커뮤니티 내 다양한 주거 서비스를 기획·운영하는 데 강점이 있다. 신영자산관리는 신영그룹의 오피스 자산관리, 레지던스, 뉴스테이 등 부동산 임대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SLP 신임 대표는 이상무 전 쏘시오리빙 대표이사가 맡았다.
이 대표는 "아파트에는 최소 300~1000평(990~3300㎡)의 공용면적을 두고 있는데 이 핵심 공간이 주민들 삶을 지원하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면서 "수영장, 사우나, 골프장 등 하드웨어의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부터 미취업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 지원, 초등생 방과 후 숙제 관리 등 특정 시점마다 필요로 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아파트라는 플랫폼에 유통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커뮤니티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입주민 건강과 취미, 문화생활 수준이 달라지고, 육아·보육·취업·실버세대 등 생애주기별 발생 문제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다"면서 "더 나아가 앞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승차 공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의 테스트마켓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 상품인 '리빙4.0'은 이러한 점에 착안해 탄생했다. 리빙4.0은 언제 어디서나 희망하는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예약은 물론 조식, 세차, 청소, 돌봄, 차량 공유, 문화강좌 구독, 공동 구매, 물품 보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아파트관리비 납부, 방문 차량 등록, 공지사항 등 기존 아파트앱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인보디 등 건강관리, 1대1 밀착케어 등 서비스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는 집의 하드웨어만큼 소프트웨어도 중요한 자산가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커피향과 빵 굽는 냄새가 나는 커뮤니티, 공원형 단지, 방과 후 학습지원센터 등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아파트에는 1%의 차별점이 존재한다"면서 "그 가치의 차이를 발견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8년부터 매년 아파트 수십 곳을 돌며 커뮤니티 서비스를 개발했고, 그 컨설팅 경험을 기반으로 '서울, 30·40대 주부가 원하는 공간'을 큐레이션해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고 자신했다.
수원 권선지구 민간 뉴스테이 1호 사업이었던 '수원 권선 꿈에그린'에서 선보인 방과 후 숙제 지원 교실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 대표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대부분 젊은 맞벌이 부부이거나 초등학교 아이를 둔 부부라 교육 수요가 높다는 점에 집중했다"면서 "방과 후 숙제 돌봄이나 아이들 여가시간을 채울 수 있는 강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10가지 서비스를 선보였고 이 가운데 입주민 반응이 좋았던 6~7가지가 최종 채택됐다"고 말했다.
주거서비스 모델이 다양해지고, 아파트 커뮤니티와 지역 공동체가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면 주거복지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 생각이다.
그는 "아파트 커뮤니티 서비스가 각 지역, 도시의 생활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입주민 간 상호작용으로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조성되는 게 1차 목표, 아파트 공동체가 닫힌 공동체가 아닌 이웃이나 인근 주택과도 상호작용하는 열린 공동체로 성장하는 게 2차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양이나 임대 후에도 주거 서비스가 지속 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용적률, 공공기여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도 정착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이엔드 주거 서비스 노하우 담았다···'브라이튼 N40'에 첫 적용
SLP는 최근 고급 주거 수요층을 겨냥한 '비서 서비스'를 개발했다. 비서 서비스는 하이엔드 주거 서비스를 경험한 사용자 경험을 빅데이터로 학습시켜 건강 관리, 병원 추천, 여행, 문화콘텐츠, 동네 POI(Point of Interest·관심 지점), 각종 예약, 주문 등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 측은 하이엔드 주거시설 2만여 가구에 이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첫 대상지는 신영이 하이엔드 시장을 겨냥해 강남구 논현동에 선보인 '브라이튼 N40'이다. 2019년 브라이튼 여의도, 2021년 브라이튼 한남에 이은 세 번째 시리즈다. 이 단지는 전용 84~248㎡인 중대형 면적으로만 구성됐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가 설계한 건축과 조경시설을 비롯해 피트니스센터와 골프 라운지 등 스포츠 시설, 사교 파티나 소규모 모임에 활용하기 좋은 개방형 부엌을 갖춘 프라이빗 라운지, 공유 오피스 형태의 CEO 라운지 등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춘 공간이 들어섰다.
SLP는 브라이튼 N40에 최고급 주거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본적인 주택 관리는 물론이고 컨시어지 데스크 운영을 통해 특급호텔에서 제공하는 각종 하우스 키핑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서 서비스를 통해 입주민들이 원하는 정보를 선제적으로 제공하거나 스케줄 예약을 대행하고, 더 나아가 문화, 여가, 취미, 여행, 골프라운딩 등과 관련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대표는 "고급 주택은 일반적인 아파트와 달리 컨시어지 같은 개인에 특화된 서비스를 선호하고, 요구 수준이 까다롭다"면서 "매년 10가지 이상 서비스를 개발하고 론칭해 성공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SLP 매출은 지난해 430억원에서 올해 500억원으로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관리 중인 아파트 단지는 2만여 가구, 계약 단지는 5만여 가구에 달한다. 주택 뿐 아니라 대형 오피스빌딩 16개도 임대관리 중이다. 이 대표는 "2025년까지 50만여 가구와 50여 개 빌딩에 플랫폼 기반 프롭테크 서비스를 제공해 IPO(기업공개), 부동산 펀드, 글로벌 시장 진출 등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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