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적신호] 기업 64%가 대출로 연명···조선3사 부채율 200% 이상 '위험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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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2-10-18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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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 리스크 커져 투자자들도 꺼려

  • 고환율·고금리로 부채 늘어 악순환

국내 기업들 목줄이 금융권 손에 쥐어지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회사채 발행이 힘든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몰리면서다.
 
자의적 판단에 따라 기업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회사채와 달리 은행 대출은 은행 측 자금 회수로 인해 기업이 파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금융 위험요소는 커지고, 투자자들은 투자를 꺼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이 같은 추세는 부채율이 높은 운송, 에너지, 조선 기업들에 큰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국내 기업 3분의 2는 은행 대출로 자금 조달···"무리한 환수 조치 시 제2의 IMF 사태도"
 
17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급격히 오른 금리로 인해 증권사들이 국내 기업에 대한 회사채 발행이 크게 줄었다.

시장이 원하는 금리와 기업이 원하는 금리 간 괴리가 커 회사채 발행 시장이 경색됐다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용도 BBB- 기업의 만기 3년 회사채 금리는 시장 불안심리 확산,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올해 1월 초 8.5%에서 이달 초 기준 11.1%로 2.6%포인트 상승한 상태다.

사실상 회사채 발행이 마비되면서 기업은 차선책으로 은행 대출을 찾기 시작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17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늘어난 자금 조달 수단이 무엇인지 질문한 데 대해 64.4% 기업이 ‘은행·증권사 차입’이라고 답했다. 주식이나 채권을 발생한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기업 대출은 9조4000억원 늘어난 1155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9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제조업 상장사의 은행 대출 등을 이용한 단기차입금은 올해 2분기 기준 71조3505억원으로 전년 동기(60조7768억원) 대비 17.4% 증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국내 기업들의 금융 리스크를 증폭시킨다는 점이다. 당장은 회사채 발행의 차선책으로 은행 대출을 이용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경기 침체, 금리 인상,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와 같이 금융권에 의한 기업 줄도산 가능성도 언급된다.

은행이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기업이 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 중 한 곳이라도 은행에 의한 파산이 선고된다면 여파는 금융권과 다른 대기업으로 연쇄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제경제가 지속해서 침체되면 은행은 자금 회수를 진행할 것이고, 이에 기업들이 도산할 수 있다”며 “기업 존속 여부를 은행이 결정하게 되는 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 역시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증권가의 전망이다. 나아가 금융 리스크 확대에 따른 기업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지면서 이자가 더욱 늘어나는 최악 상황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재무건전성 '빨간불' 들어온 에너지·운송·조선업계···이자가 이자를 낳는 '악순환'
 
국내 기업의 은행 대출 증가는 특히 에너지, 운송, 조선업계 등에 더욱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전자·자동차 등 다른 산업계는 부채율을 줄여가고 있으나 이들 업종 부채율은 올해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환율·고금리·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생산비 증가는 업황 악화와 함께 은행 대출이 늘어나면서 이자 비용이 증가하고, 부채율이 악화되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져 이들 업계 목을 옥죄고 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업종별 부채비율을 보면 전자(47.4%), 제약(51.4%), 석유화학(58.1%), 자동차(60.9%) 등 업계는 60% 전후를 기록했지만 해운·항공·육상물류 등이 포함된 운송업 평균 부채비율은 162.7% 수준이었다.

전기·가스 등 에너지 업계 부채비율도 142.1%에 달하며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부채비율은 200%를 넘어간다. SK E&S, GS에너지,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기업은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 말과 비교해 부채비율이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부분 배나 항공기를 리스하는 해운·항공업계는 물론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에너지와 조선업계 부채율은 당분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되면 이자가 또 이자를 만들고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면서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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