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인상하면서 대출금리 부담이 덩달아 커지자 은행권 신용대출 중도상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출을 받아 집을 사거나 주식, 가상화폐 등에 투자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족이 늘어난 이자 부담에 서둘러 빚을 갚은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중도상환 건수는 33만7408건으로, 벌써 작년 한해 건수(34만170건)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기준으로는 지난해 2만8347건에서 올해 4만2176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 대비 금액이 작고, 전세자금, 주식투자 등 급전 마련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수수료를 내면서라도 대출 상환에 나선 가계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신용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기준금리 상승으로 크게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7%대까지 올랐다. 이날 기준, KB국민은행의 신용대출 ‘KB 직장인든든 신용대출’ 금리는 연 5.71~7.06%(신용등급 1등급 기준)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직장인대출S’ 금리는 연 5.45~6.85%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3.50~4.72%였던 점과 비교하면 매우 큰 폭의 상승이다.
고금리에 가계대출 자체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1조2000억원 줄었다. 9월 기준 은행 가계대출이 줄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국 긴축 여파로 가계대출 시장 위축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 3.0%인 기준금리를 3.5% 수준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중 (최종 기준금리가) 3.5%가 넘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 아래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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