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주년 특별 기고] 大전환기 속 새로운 한·중관계 30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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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영 동국대 글로벌무역학과 교수
입력 2022-10-1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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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올해는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중 양국 관계의 우호와 협력을 다져야 하는 시기가 됐습니다. 한국과 중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뜻을 함께하자는 취지로 각계 저명인사의 깊이 있는 견해가 담긴 글을 본지에 싣게 되었습니다. 지난 30년은 한·중 양국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가고 경제 파트너로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등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 적지 않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한국과 중국은 함께 많은 역경을 이겨왔습니다. 한·중 관계는 이제 새로운 기점에 서 있습니다. 

이번 기고 릴레이에는 한·중 수교 과정의 경험담부터 한·중 교류를 위해 현장에서 땀 흘린 여러분들의 이야기까지, 양국 수교 30주년의 역사가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30년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가득히 담겨있습니다. ​한국의 북방외교와 중국의 개혁개방 그리고 세계사의 변화에 순응하는 한·중 수교는 우리들의 소중한 역사이기에 독자들에게 이 글이 한·중 관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남은영 동국대 글로벌무역학과 교수[사진=한·중수교 30주년 기념사업준비위원회]

30년 전인 1992년 한국은 중진국 함정을 넘어야 하는 단계에 있었다. 빈국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던 중국은 1989년 톈안먼 사태로 위축된 개혁개방의 모멘텀을 강화하던 때였다. 두 나라 모두 전환기에 있었던 셈이다.

한·중 양국 간 수교는 두 나라 경제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과거 50년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최초이자, 유일한 나라로 발전했고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

30년이 흐른 지금 양국은 또 다른 대전환기에 놓여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효율만을 쫓아온 지금의 글로벌화에 타격을 가했고, 미·중 갈등 심화가 기술패권 전쟁으로 확전되면서 효율 중심의 한·중 관계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화가 종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효율보다 가치와 안정을 중시하는 글로벌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런 대전환기, 양국이 향후 30년 동반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선 기술 동반 약진, 문화 교류의 지속 가능성 담보 등이 중요하다. '중국의 기술 약진은 무조건 한국 경제에 위협'이라는 단순한 시각은 버려야 할 때다. 중국의 항공·우주 굴기가 미국의 항공·우주 업계가 한국 업체에 대한 협력을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는 것이나, 한국의 바이오업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중국 기업에 항암제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해 세계 시장에 동반 진출을 시도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4차산업혁명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장에서도 중국은 거대한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새로운 표준 제정에 한국 기술이 참여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도 필요하다.

한·중 양국 관계 지속의 인프라 중 하나가 문화 교류다. 1990년대 한국에서 인기 끌던 홍콩 문화와 중국에서 유행을 시작한 한류는 양국 문화 교류의 촉진제가 됐고, 이는 상대국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젊은이들을 양산했다. 양국 관계 미래의 초석은 젊은이들의 우호다. 여기엔 문화 교류가 큰 기여를 한다. 하지만 2016년 불거진 사드 사태는 정치가 이런 문화 교류를 단절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 향후 정치가 문화 교류에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양국 당국자들이 머리를 맞댈 때다. 중국에는 의리로 대표되는 '거멀(哥們兒)문화'가 있다. 중국과의 신뢰 관계를 다져가는 게 미래 30년 또 다른 동반성장을 위한 우리의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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