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李克强) 총리는 헌법에 따라 퇴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왕양(汪洋)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후춘화(胡春華) 부총리, 리창(李强) 상하이시 서기가 후보로 물망에 올라 있다. 당대회 이전에는 왕양 주석이 유력했지만 최근 들어 외신들은 후춘화 부총리와 리창 서기 간 2파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통합' 원하는 시진핑···후춘화 총리 되나
18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시진핑의 장기 집권에 대한 내부 비판을 달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 차원에서 중국 차기 총리에 후춘화 부총리를 내정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후 부총리는 시 주석과 다른 정파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共靑團) 출신이라는 점에서 후 부총리가 총리직에 오른다면 시 주석이 다른 정파와 타협했다고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청리 브루킹스연구소 존 손턴 중국센터 소장은 "리창 서기보다 후춘화 부총리를 (총리로) 임명했을 때 주요 장점은 공산당의 정치적 통합을 알리는 것"이라며 "시 주석은 통합을 원한다"고 말했다.
닐 토머스 유라시아그룹 중국 수석 분석가는 "후춘화 부총리가 총리직에 오른다면 그가 시 주석의 잠재적인 후계자가 아니라 시 주석 권위에 도전하지 않는 약한 2인자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후 부총리는 정책을 집행한 경험이 있지만 체제를 바꿀 정치적 권한은 없다"며 "시 주석의 거듭된 숙청 속에서도 살아남은 것 자체는 능력이지만 그건 그만큼 (후 부총리가) 위협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또 중국 공산당에는 '칠상팔하(七上八下)' 원칙이 있는데 그간 부총리 출신이 총리로 승진한 관례에 따르면 현 부총리 4명 중 후춘화가 유일하게 연령 제한에 걸리지 않는다. 칠상팔하에 따라 중국 공산당 최고위 간부는 당대회가 열리는 해를 기준으로 67세까지는 계속 기용될 수 있고, 68세부터는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후 부총리는 '최연소' 기록을 여러 차례 갈아치운 인물이다. 27세 때 최연소 부국장급이 됐고 2008년에는 45세라는 젊은 나이로 중국 사상 최연소 성장이라는 기록을 썼다. 이후 최연소 장관급 간부, 최연소 중앙위원, 최연소 성 당서기가 됐다.
시진핑, 최측근 옆에 둘까···리창 총리 후보 '급부상'
다른 전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당 지도부를 최측근으로 꾸리려고 한다며 리창 서기가 리커창 현 총리 후임으로 유력하다고 전했다. 왕양 정협 주석과 후춘화 부총리는 시 주석 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지만 시 주석 최측근으로 꼽히지 않는다. 궤도 밖에 있는 두 인물보다는 시 주석 그늘 아래에 있는 리 서기가 유력하다는 설명이다. 리 서기는 시 주석이 저장성 당 서기로 있을 때 비서장으로 일하며 보좌관 역할을 했던 최측근이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따른 상하이 봉쇄로 중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린 것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인구 2000만명 이상인 대도시이자 중국의 경제수도인 상하이 민심이 돌아선 것을 고려할 때 리 서기가 상무위원으로 진입하는 것은 어려우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리창 서기가 총리에 오른다면 시 주석의 절대적 당내 권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WSJ는 왕양 주석도 여전히 거론되는 것을 봐서 완전 탈락한 상황은 아니라고 짚었다. 왕 주석은 충칭시·광둥성 서기와 부총리를 지냈고 개혁·개방을 강조하는 시장주의자로 분류된다. 미·중 무역협상 대표 경력 등을 인정받고 있다.
한편 20차 당대회 폐막을 앞두고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리커창 총리의 완전 퇴진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면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 최대 4명까지, 중앙위원회 위원은 절반 가까이 교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리창 서기와 함께 리시(李希) 광둥성 당서기·딩쉐샹(丁薛祥) 당 중앙판공청 주임·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 서기가 정치국 상무위에 입성할 유력 후보라고 점쳤다.
SCMP가 보도한 대로 시 주석이 지방과 중앙에 근무했을 때 그의 최측근으로 일했던 인사들이 최고지도부에 3명 이상 진입한다면 당대회 이후 시 주석 권력은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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