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회의비로 하루에 300만원…'실소' 나오는 미소금융 방만 운영

경기성남·경남거제·대전유성법인 등 8곳

회의 운영비로 연 평균 수백만원씩 사용

광주북구 888만원·강원태백은 715만원

줄줄 새는 운영비…관리·감독은 허술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유대길 기자 [e-mail]]

금융권 대출에서 소외된 금융 약자를 위해 마련한 미소금융 자금이 지역법인의 방만한 운영으로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다한 금액이 '회의비' 명목으로 쓰이고 있지만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의 관리·감독은 허술하다. 지역 지점과 지역법인으로 이분화된 미소금융을 합쳐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북구법인, 하루에 회의비로만 300만원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출받은 '미소금융 지역법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27개 미소금융 지역법인 가운데 지난 한 해 동안 회의 운영비로 300만원 넘게 쓴 곳은 강원태백, 경기성남, 경남거제, 광주북구, 대전유성, 서울노원, 충남천안, 대구중구 등 8곳에 이른다. 

미소금융은 서금원에서 실시하는 금융정책이다. 소득과 신용점수가 낮아 정상적으로 금융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서민에게 담보나 보증 없이 시중금리보다 낮은 이자로 대출해주는 사업이다. 미소금융은 지역 지점과 지역법인으로 나뉘어 운영 중이다. 지역 지점은 기업 기부금으로 예산과 인력을 충당하지만 지역법인은 서금원에서 운영비를 지원받아 운영한다.

서금원은 매년 지원비 22억원가량을 27개 지역법인에 지원하고 있다. 약 10억원은 각 지역법인에 매달 지급되며, 약 12억원은 연말에 일괄 지급하는 방식이다. 운영비는 직원 급여나 법인카드 비용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회의운영비 사용처를 보면 중구난방이다. 광주북구법인은 지난 한 해 동안 888만원을 회의비로 지출했다. 전국 27개 지역법인을 회의비 지출 규모로 나열해보면 광주북구법인이 단연 1위다. 광주북구법인은 지난해 총 4차에 걸쳐 정기총회·이사회를 진행했는데, 이 중 하루에 300만원 넘는 비용을 쓴 회의도 있었다.

광주북구법인은 정기총회·이사회 때마다 참석자 1인당 20만원 안팎을 참석 수당으로 지급했다. 10명이 참석한 1·4차 회의에서는 1인당 16만원, 5명이 참석한 2·3차 회의에서는 1인당 22만원씩 참석 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전국에서 둘째로 회의운영비 지출이 컸던 강원태백법인은 회의비로만 715만원을 썼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정기총회 참석 수당(교통비, 일당) 등을 제외하고 모두 식비로 지출됐다. 충남천안법인 역시 같은 기간 600만원가량을 회의비로 지출했지만 사용처는 대부분 식당이었다. 문제는 몇 명이 참석한 식사 자리였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말로만 회의비일 뿐 사실상 '식비'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중구난방 운영비 사용에도 서금원 관리·감독은 '허술'

문제는 서금원에서 지원받은 운영비를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지역법인마다 사용처가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 운영비를 식비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총회 참석자 선물로 상품권을 구매하거나 교통비나 기념품 지급을 위해 쓴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명확하지 않은 곳에 과다한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데도 서금원의 관리·감독은 허술한 상황이다. '서민의 금융 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제24조(서금원의 업무) 제1항 제9호를 보면 서금원은 사업수행기관에 대한 지원 및 감독의 의무가 있다. 대출금을 포함해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인 지역법인에 대해 관리할 의무가 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서금원은 정기적으로 지역법인에 방문해 경영 및 대출 취급 관리, 자산건전성 등을 점검한다. 그러나 대부분 점검만 이뤄질 뿐 지적된 사안들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등 사후 관리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일례로 2018년 경기동두천법인은 서금원 점검 결과 48점(100점 만점)을 받았지만 별도로 제재 조치는 없었다.

김 의원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미소금융 상품은 취급 기관의 공공성과 엄격한 관리·감독이 중요하다"며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운영비용 표준화, 고비용 법인 개선 방안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