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에 대한 지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카카오를 둘러싼 대형악재에도 가치투자 원칙을 고수하기로 한 선택이다.
하지만 한국금융지주 주주들은 카카오뱅크 지분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는 한국금융지주의 주가 하방압력을 높이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인 카카오(27.2%)를 비롯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23.2%), 국민은행(8%), 국민연금공단(5.7%) 등이 주요 주주로 나와있다. 이외에도 넷마블, SGI서울보증, 우정사업본부, 이베이, 텐센트, 예스24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표면적으로 카카오뱅크 보유지분이 4%에 불과하지만 손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지분과 합치면 27.2%로 최대주주와 같은 지분을 보유한 셈이다.
최근 카카오뱅크 실적과 주가하락 수준을 감안하면 한국금융지주 외에도 카카오뱅크 지분을 나눠가진 주주들이 손실을 고스란히 감내해야할 판이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이날 1만7400원으로 상장 당시(6만9800원)보다 75.1%(5만2400원) 급락한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떨어질수록 법인주주의 경우 자본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국민은행 등은 카카오뱅크 지분 일부를 매각하며 방어하는 모습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유지하는 전략을 택했다.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은 금융위원회에 ‘주식보유한도 초과보유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밸류운용의 카카오뱅크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금융지주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2019년 카카오뱅크 지분 4%를 남겨두고 손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겼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에 넘기려 했지만 2017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것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투자밸류운용은 한국투자증권의 자회사, 한국금융지주의 손자회사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3월 공정거래법 이슈가 해소되면서 주식보유한도 초과보유 승인을 신청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주식보유한도 초과보유 승인 신청은) 카카오뱅크에 영향력을 키우려는 게 아니라 가치투자의 일환”이라며 “증권과 은행 간 협업 체계를 확대하는 등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국금융지주-카카오뱅크’ 연합 관계는 더 돈독해질 예정이다. 이는 주주들 입장에서 매우 불편한 동거로 비춰진다. 최근 카카오뱅크 주가 하락, 성장둔화 등으로 한국금융지주가 얻게 될 이익 모멘텀이 부실해졌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한국금융지주의 주가는 5만1100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인 8만6900원 대비 41.2%(3만5800원) 하락한 수준이다.
올들어 한국금융지주의 주가 하락은 실적 우려,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의 전산장애 등 복합적인 원인이 꼽힌다. 그 중에서도 올 3분기 실적은 전년대비 8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여 불안감을 키운다.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의 지배주주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83.7% 줄어든 1227억원으로 추정됐다.
지난해보다 수익성이 악화된 이유는 카카오뱅크의 상장효과에 따른 수익이 사라지면서 역기저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상장효과로 인해 지분법상 5546억원의 영업외이익을 거둬들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건 다소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은행업에 대한 간접진출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해가 간다”면서도 “주주들 입장에서는 눈앞에 수익률을 보고 실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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