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채무 갚았는데 급여압류 계속한 A은행..패소 불구 소송비도 미지급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장한지 기자
입력 2022-10-20 14:1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재판 과정서 중앙신용정보의 '채무 탕감 합의' 유효한가 등 쟁점

  • 법원 "중앙신용정보, 민법상 대리권 존재...강제집행 정지해야"

서울중앙지법 [사진=아주경제DB]


국내 한 은행의 급여 압류를 정지해 달라며 제기된 소송에서 은행 측이 최종 패소했다. 판결에 따라 해당은행은 급여 압류 정지 등 강제집행 종료와 함께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1부(선의종 부장판사)는 최근 고객 B씨가 A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청구이의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은행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2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2007년 5월 법원은 B씨에게 '채무액 1139만원과 함께 변제 완제일까지 1050만원에 대한 연 21% 이자를 A은행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은행은 B씨에 대한 급여 채권 압류를 진행했다.
 
채무 이행이 어려워진 B씨는 2018년 2월 채권추심회사인 중앙신용정보에서 원금과 이자 등을 합한 금액 약 2200만원 중 약 1800만원만 변제하면 나머지 약 400만원은 탕감받기로 합의했다. A은행은 중앙신용정보에 채권 관리와 추심을 위임했다. 이에 따라 B씨는 2018년 10월 A은행에 합의된 금액 전액을 입금했다.
 
그러나 A은행은 채무 탕감 합의를 본 적이 없다며 B씨에 대한 급여 채권 압류를 계속했다. 이에 B씨는 A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이 나오기 직전까지 약 4년 동안 A은행은 강제집행을 이어갔다.
 
재판 과정에서 B씨 측은 중앙신용정보에 채권 추심에 관한 기본대리권이 있고, 중앙신용정보의 채무면제 행위는 민법 126조의 표현대리 규정에 따라 유효하다며 급여 압류 등 강제집행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법 126조는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3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 측은 중앙신용정보 담당 직원은 채무면제에 관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아무런 권한이 없기 때문에 민법 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1심은 B씨 손을 들어줬고 2심은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법원은 B씨가 중앙신용정보 담당 직원이 국민은행을 대리해 채무를 면제해 주기로 한 것은 민법상 표현대리로서 유효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B씨 채무는 모두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중앙신용정보가 국민은행 위임에 따라 B씨에게서 채무를 추심할 수 있는 기본대리권이 있었던 점 △중앙신용정보 담당 직원이 채무 탕감을 합의하고 '잔액상환정보' 문건에 수기로 탕감 금액을 기재했다는 점 △B씨 입장에서 중앙신용정보 담당 직원이 대리권이 있었다고 믿었던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그러면서 "A은행의 강제집행을 불허한다"며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관련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은행이 고객을 상대로 채무를 이행하라는 대여금 청구 소송을 하는 사례는 흔하지만 고객이 대형 은행을 상대로 채무 탕감을 이행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B씨 측은 A은행이 급여 압류 등 강제집행은 정지하면서도 몇 달째 소송비 등을 부담하지 않아 은행 본사를 상대로 압류를 검토하고 있다. B씨 측 법률대리인인 김민규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율)는 "은행은 우월적 지위에 있고 금융 소비자는 약자"라며 "매일 빚 독촉 전화가 오는데 탕감받은 대로 채무를 갚았으면 재빨리 압류를 정지하고 판결 금액도 지불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