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푸르밀 사태, 유업계 정상화 계기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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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2-10-2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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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유산업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안 되는 상황입니다."

푸르밀 사업 종료를 발표한 하루 뒤인 지난 18일 나온 신준호 회장의 발언이다. 국내 우유 시장 침체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어필한 것이다. 

신 회장의 말처럼 유업계는 이미 존폐 기로에 서 있다. 우유만 팔아서는 이익을 낼 수 없는 것이 유업계가 처한 현주소다. 이미 지역 단위이긴 하지만 영남우유가 2015년에 폐업한 사례도 있다. 

유업계의 위기는 저출산에 따른 우유 소비 감소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형적인 산업구조'도 국내 우유 산업 붕괴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원유가격 연동제와 원유 할당제가 정상적인 시장 원리를 저해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원유가격 연동제는 생산비 증가분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제도다. 일정 생산비가 증가하면 이를 연동해 원유 가격을 인상시키는 식이다. 이에 따라 매년 원유 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실제로 2020년 리터(ℓ)당 1164원이던 원유가격은 지난해 약 1172원, 올해 상반기 약 1187원으로 인상됐다.

해마다 가격이 오르다 보니 호주·뉴질랜드산 원유 가격(400~500원) 대비 국내산이 2.5배 비싸다. 국내산 우유가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밀리면서 수입산 우유에 안방 시장을 내줬다. 현재 수입산 우유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4.3%에 달한다. 
   
원유 할당제 역시 우유 산업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원유 할당제는 유업체들이 일정 원유 물량을 사들이도록 의무화하는 정책이다. 낙농가의 수입 보전을 위해 만든 제도로, 도입 취지는 좋지만 우유가 남아돌아도 원가 이상의 가격에 생산물량 전부를 유업체가 떠안아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더해 비싸게 사온 원유가 남아돌면 유업체들은 이를 각종 가공유 등 유제품으로 돌려 생산하는데, 생산단가는 높고 소비자 판매가는 이를 못 따라가면서 ‘팔수록 손해’를 떠안는 기형적 산업구조가 됐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정부와 낙농가, 유업계는 시장 정상화를 위해 최근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에 합의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국내산 우유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수입산 우유의 공세가 거센 탓이다. 미국·유럽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앞으로 4년 뒤인 2026년에는 외국산 우유와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 우유가 무관세로 쏟아져 들어오면 국내 우유 산업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 

'제2의 푸르밀'이 나오지 않기 위해선 국내 우유 시장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국내 우유 산업을 되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정부와 낙농가, 유업계가 함께 생존을 위한 현명한 해법을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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