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기 평택경찰서는 이날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숨진 근로자 A씨(23) 유족이 SPL 법인과 SPL 대표 등을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5일 제빵공장 사망사고가 발생하자마자 고용노동부도 SPL 법인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선 바 있다.
제빵공장 사망사고가 발생한 바로 다음 날인 16일에는 충남 천안에서 크레인이 파손되면서 떨어진 자재에 맞은 근로자가 숨졌다. 17일에는 인천 연수구에서 지붕에서 방수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떨어져 사망했고, 같은 날 경남 김해에서는 기계 설치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가스 폭발로 숨졌다.
이어 21일에는 경기도 안성에 있는 KY로지스 저온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5명이 추락해 근로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부는 사고 확인 즉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정확한 사고 원인과 함께 중대재해법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대재해법의 사고 예방 효과에 의문을 품고 있다. A건설사 직원은 "도대체 사망자가 왜 발생하는지 모르겠다"며 "중대재해법 입법 취지는 공감하지만 실제 효과에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처벌을 늘린다고 해서 산업재해 발생 자체가 줄어든다는 통계가 없다"며 "실제로 사고 발생 자체가 줄어들려면 예방 쪽에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 위헌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두성산업은 최근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다. 법 제정 당시 대두됐던 중대재해법 위헌성 논란이 시행 8개월 만에 또다시 불붙은 것이다.
제청 신청을 한 김재옥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본지와 통화에서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법안의) 사회적 공감대와 그 목적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규정의 추상성, 불명확성, 지나친 중벌주의 등과 관련해 법 제정 당시부터 학계와 법조계 등에서 위헌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우리나라 산재 사망사고를 OECD 평균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마련해 이르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는 법안의 미비점을 개선하고자 시행령을 개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을 현실화하라"고 조언한다. 산재 예방 선진국보다 과도하게 형사처벌하는 규정은 완화하는 한편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둔 법률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자율안전관리를 인증하는 제도를 마련하거나 처벌을 면해주는 규정 신설 등이 대표적이다.
검사장 출신인 변호사는 "모든 법이라는 게 항상 적용하려고 보면 모호한 규정이 있다. 특히 중대재해법은 엄청나게 많은 분쟁이 생길 것"이라며 "성장을 할 수 있게 키워주고 북돋아주는 한편 당근과 채찍을 같이 줘야 한다. 앞으로 입법 방향은 이렇게 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