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42세)이 영국 총리에 당선됐다는 소식에 글로벌 금융 시장이 일단 안심했다. 파운드화 가치는 일정 부분 회복하고 영국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의 재정적 정치적 혼란 속에서 당선된 수낵 총리 내정자의 최우선 과제는 ‘금융 시장 불안 완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낵은 영국 최초 비(非)백인 총리이자, 최초 힌두교도 총리다. 1812년 41세에 총리가된 로버트 뱅크스 젠킨슨 이후 210년 만에 최연소 총리이기도 하다.
외신들은 수낵 총리 내정자의 ‘최초’라는 타이틀보다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경기침체’라는 무거운 짐에 주목했다. WSJ는 “그의 성공은 고물가와 다가오는 경기침체로 절망에 빠진 영국 경제를 얼마나 잘 관리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수낵 총리 내정자는 경선 승리 직후 “우리가 심각한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지금 우리는 안정과 화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분열된 보수당을 통합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수낵 총리 내정자는 전날 하원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단결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면서 당 통합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리즈 트러스 총리가 발표한 대대적인 감세 조치로 인해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영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크다.
다만, 금융시장은 수낵 총리 내정자의 승리에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 대비 소폭 상승한 1파운드당 1.1292달러에 거래됐고,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0.30%포인트 떨어진 3.75%로 하락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와 FTSE250지수는 각각 0.7%, 1.3% 상승했다. 25일 오전 10시 30분(한국시간) 기준으로 파운드화는 1파운드당 1.1308달러에 거래되는 등 안정세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MUFG의 리서치 헤드인 데릭 할페니는 보고서를 통해 “수낵이 정부에 안정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크다”며 “영국의 정치적 불안정을 줄이는 것은 확실히 긍정적이며 단기적으로 파운드에 대한 추가 지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파운드화 가치의) 이익이 단기적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수낵 총리 내정자는 직전 당 대표 경선에서 트러스 총리의 감세 조치를 비판하며, 두 자릿수에 달하는 영국의 고물가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 세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에서 엿볼 수 있듯, 그는 약 400억 파운드(약 66조원)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 공공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정부가 재정을 긴축하면 영국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긴축 부담은 다소 완화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수낵 총리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에너지 비용 급등, 노조 파업, 대중의 보수당 외면 등 정치·사회·경제적 불확실성이 상당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