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다음 달 초까지 금융권과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추가 조성하기로 했다. 이미 조성된 1조6000억원은 즉시 투입됐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같은 금융공기업도 회사채, 기업어음(CP) 매입 대상 기준을 확대하는 등 자금지원 채비에 나선다. 매입 대상과 한도가 확대된 만큼, 이전보다 회사채 등이 매입되는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11월 초까지 83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채안펀드 추가 캐피털 콜(펀드 자금 요청)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23일 발표된 ‘50조원+알파’ 규모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대상 금융회사들은 펀드 추가 조성을 위한 준비에 이미 돌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채안펀드 조성을 위해 분담금을 납부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구체적인 투입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 향후 금융위와 논의 후에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미 조성된 1조6000억원 규모의 채안펀드를 가동해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차환물량을 매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4일만 해도 채안펀드를 통해 기업에 수백억원을 지원했다”며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주 내에 여러 계획이 있다. 최소 한주 정도만 보고 정책 적절성을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회사채와 CP 매입 규모를 확대하기로 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경우, 최근 매입 기준을 금융회사 발생 CP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금융회사를 제외한 일반 기업의 CP와 전단채(단기사채) 차환물(A3등급 이상)만 매입했다. 매입대상과 한도가 확대된 만큼 회사채 매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회사채와 CP 매입과 관련해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는 건 아니고, 시장에 회사채가 나오면 관련 부서에서 매입하는데, 매입 속도를 빠르게 하고 규모도 키우는 것”이라며 “자세한 건 금융당국과 협의해서 그때마다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도 중소·중견기업 외에 건설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에 ‘P-CBO’ 발행 확대를 통해 자금을 지원한다. P-CBO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회사채와 대출채권에 보증을 제공해 발행하는 증권으로, 주로 자금 사정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활용한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 건설사뿐만 아니라 효성화학 같은 대기업 계열 회사들도 P-CBO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건설사의 경우 재무구조의 변동폭이 큰 만큼, 그동안 보증 지원하기가 어려운 업종이었다”며 “건설사들이 워낙 어렵다고 하니 보증이 확대됐는데, 대형건설사는 이미 상반기부터 들어오기 시작했고 중견 건설사가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동성 지원 정책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채안펀드의 경우 은행과 증권사 등이 낸 자금으로 채권을 매입하는 구조라 단기자금시장 내 신규 자금공급 효과가 그만큼 적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시행 이틀이 지났지만 회사채 시장 내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이번 주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다음 달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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